[申相民 칼럼] 정부 개혁을 위해

'전자정부 개통'을 어떻게 봐야 할까. 또 하나의 걱정거리라고 한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의 엉뚱한 소리일까. 주민등록표 등 각종 민원서류를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열람·발급받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편리한 일일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그것이 꼭 좋기만 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전산화의 진전에 따라 남아돌게 될 공무원 인력이 '하지않아도 그만일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래서 기업 하기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과연 기우(杞憂)라고만 할 수 있을지,생각해볼 문제다. 사업자들 중에는 세무조사 빈도가 갈수록 부쩍 잦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정말 그런지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무조사 건수 등은 발표되는 통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는 국세청만이 알고 있을 사안이다. 설혹 세무조사 건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전산화에 따라 할 일이 없어진 세무공무원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 아니냐는 반론도 물론 성립한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 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국회 재경위 통과가 확실시되는 의원입법인 국세기본법 개정안만 해도 그렇다. 이 개정안은 세무조사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던 것을 모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고, 3년내에 동일 사업장 동일 세목에 대한 조사를 금하던 것을 4년내에는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세무조사가 너무 잦다는 '소리'가 아니라면 이런 의원입법이 나와야 할 까닭이 있을리 없다. 의자가 의자를 만든다는 파킨슨의 법칙이란게 있지만, 정말 줄어들 줄 모르는게 정부조직이고 공무원 수다. IMF 이후 은행이나 민간기업에서 대대적인 조직통폐합과 인원감축이 단행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부기구와 공무원 수는 계속 늘어만 왔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근 몇년간 상당수 민간기업들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보너스 지급을 중단 또는 감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공무원 봉급은 해마다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상됐다. 그 결과 빚어진 것이 군인연금 지급액 계급간 역전 현상이다. 1년전에 예편한 장군급보다 1년 후에 군복을 벗은 대령급이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나온게 소비자물가상승률 만큼 올려주던 연금지급액을 공무원 봉급인상률 기준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군인·공무원연금이 바닥나 연금인상률을 소비자물가로 바꾼 불과 2년 전의 법개정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군인연금을 그렇게 바꾼 것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직급수가 군인보다 적기 때문에 아직 계급간 지급액 역전이 별로 나타나지도 않은 공무원연금까지 덩달아 바꾸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연금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제 갈 길'만 재촉하고 있는 꼴이다. 나라를 움직이는 것이 누구인지, 공무원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저런 것을 염두에 두고 공무원들의 이른바 연가투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도 밀어붙이면 통해온게 이땅의 노동운동 풍토지만 이번 공무원노조문제만은 그렇게 해도 좋을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그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단결하고 행동해야 할 상황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게 공무원들의 오늘이기도 하다. 집단연가라는 형태의 공무원 파업은 한마디로 국가기강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많기도 한 대선후보 중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 말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과연 앞으로 5년간 국정운영을 맡겠다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자세일까. 진정한 정부개혁이 앞으로도 요원할 것은 점치기 어렵지 않다. 정부개혁은 정부기구를 과감하게 통·폐합 축소하고 공무원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래야 나라경제도 된다. 심심하면 규제를 없앤다지만 진정 그럴 요량이라면 기구를 없애고 사람을 줄여야 한다. 바로 그런 점을 인식하고 유권자들이 행동하고 선택해야 한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