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녀 '하소연'...경찰서장 '격려' .. 편지릴레이 사연

경찰 단속 대상인 '천호동 텍사스' 지역의 윤락여성과 단속권자인 관할 경찰서장 사이에 하소연과 격려를 담은 훈훈한 편지가 이어져 화제다. 5일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서울 강동구 천호동 423, 이른바 '천호동 텍사스' 윤락녀 김모씨(26)가 김형중 서장(총경.47)에게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에 김 서장이 답장을 보내자 다른 윤락녀들도 편지 보내기에 동참한 것. 김씨는 첫 편지에서 "몸과 마음이 괴로웠지만 소녀 가장이라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하게 됐다"며 "그나마 집안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철저한 시설단속 등으로 항상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론 엄한 단속 때문에 손님이 줄어 속상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생활 속에서도 꿋꿋이 살며 운명을 헤쳐 나갈 자신이 있다"며 "경제적인 안정을 이뤄 여기에서 이 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윤락녀 생활을 하게 됐다는 이모씨(29)는 편지를 통해 "저희들의 심정을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전했다. 김 서장은 이들 윤락녀의 편지에 "가정을 책임지는 여러분을 위해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불법 감금 갈취 등 여러분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장을 일일이 써 보냈다. 단속대상인 윤락녀들과의 편지 교환에 대해 김 서장은 "윤락가의 불법 행위 단속과 윤락녀의 인권보호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대화의 장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