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시장 '찬바람' 분다..시초價방식 바뀌어 株價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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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파 쌍방울 등 기업구조조정 시장의 유망 주식들을 상장 전 주식 전매시장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샀던 투자자들이 잇달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시초가 산정방식이 바뀌어 주가가 낮게 형성되면서 더 큰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 거래정지일 주가에다 감자(減資, 자본금줄임) 비율을 곱해 결정되던 시초가가 상장 첫날 동시호가 방식으로 바뀐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시장에선 더 이상 뭉칫돈을 구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구조조정회사(CRC)들이 프리미엄을 챙기기 위해 주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주식을 전매한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 유망 종목들 잇단 곤두박질
5일 재상장된 쌍방울은 7천5백원으로 출발했지만 끝내 하한가(6천3백80원)로 곤두박질쳤다.
상장 전 1만2천∼1만3천원대에 산 투자자들은 첫날부터 반토막이 나 브로커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쌍방울을 인수한 애드에셋컨소시엄이 5천원짜리 주식을 G사 등 브로커를 통해 1차 투자자에게 판 가격은 대략 1만∼1만5백원선.
이를 최종 투자자들이 2천∼3천원 가량 얹어 인수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구조조정 황금주'로 꼽혔던 미도파의 주가 급락으로 '구조조정시장은 이제 끝물'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경영주체'(롯데백화점)와 '믿을 만한 CRC'(한국기술투자)를 붙이고도 재미를 못봤기 때문이다.
상장 전 주당 1만4천원에도 구하기 어렵던 것이 상장 첫날(10월16일) 하한가(1만1천9백원)에 이어 5일 종가는 1만5백원에 그쳤다.
삼익악기는 변경된 시초가 산정방식이 처음 적용된 종목이어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더 크다.
일반 투자자들은 삼익악기를 주당 1천2백∼1천3백원에 샀지만 5일 종가는 5백45원으로 절반에도 훨씬 못미쳤다.
◆ 후유증 오래갈 듯
이같은 시장 위축은 무엇보다 구조조정시장 투자자들이 '기업회생'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상장 뒤 차익을 노리는 머니게임에만 집착한 때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본계약도 맺지 않은 상황에서 미발행 주식에 프리미엄까지 붙여 전매할 수 있게끔 방치한 감독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상장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선 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발을 빼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초가 산정방식이 결국은 구조조정시장을 과도하게 침체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도파 쌍방울 등 비교적 기업내용이 좋은 종목도 재상장 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면 구조조정시장에 돈줄이 말라 부실기업 정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세우포리머의 사례처럼 투자자들이 작전종목만 찾아다니게 만들어 더욱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