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太平聖代를 그리며... .. 허범도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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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을 벗삼아 살아야 한다.
조선시대 자연을 함께 하며,유유자적한 삶을 산 많은 분들이 있으되 그 중 아주 특별한 세 벗이 있었다.
성혼과 정철,한호 선생이었다.
성혼과 정철은 한 살 차이였고 이들에 비해 한호(한석봉)는 7년 연하였음에도 자연과 벗하며 글로써 대하니 그야말로 문향(文香)이 피어오르는 친구가 되어 잘 어울렸다.
성혼이 먼저 시를 지어 읊는다.
말없는 청산이오 태없는 유수로다/값없는 청풍이오 임자없는 명월이라/이중에 병없는 몸이 분별없이 늙어리라/
우뚝 선 청산은 말이 없고 흐르는 저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구나.
한줄기 맑은 바람은 값이 없으며 또한 값을 매길 수도 없다.
하늘의 저 밝은 달은 부자건 가난하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함께 보며 즐길 수 있으니 임자없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고마운 자연속에 단지 바란다면 큰 병 없이,복잡한 세상사 따지지 않고 초연히 살아가리라!
이 글을 들은 천하의 대문장가 정철이 그냥 있을 수 없다.
재너머 성권농 집에 술닉단말 어제듣고/누운소 발로박차 언치놓아 지즐타고/아해야 네권농 계시나 정좌수 왔다하여라
성혼이 권농(勸農)이라는 시골 농사지도관을 할 때 때마침 집에 농주를 담아 어저께 익어간다는 동네사람들 얘기를 듣고,늦을세라 누운소를 바삐 깨워 등에 타고 거침없이 찾아가 친구 좌수(座首)라는 벼슬을 가진 정철이 왔음을 알리는데 그 평화스러운 정경에 소방울 딸랑딸랑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호롱불 끈채 어머님과 떡 썰기,붓글쓰기 경쟁을 벌인 천하명필 한석봉이 그냥 듣고만 있을수 없지.
짚방석 내지말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솔불 혀지마라 어제진달 돋아온다/아해야,박주산채(薄酒山菜)일랑만정 없다말고 내어라
아,이렇게 소탈할 수가 있는가.
손님이라고 방석을 내거나 그 귀한 솔쾡이 불 켜는 번거로움은 다 싫다.
바스락거리는 그 훈훈한 낙엽,때마침 동산에 떠오르는 달이 있기에….
낙엽에 앉아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며 그냥 갈 수는 없지,집에서 담근 그 정성어린 술과 산나물일랑 저 정지(부엌)의 선반에 있음을 내 알고 있으니 없다 마시고 내어주시구려.쭈욱- 한잔 들이키리라!
이렇듯 자연을 노래하고 유유자적하며 밭 갈고,논 갈며 살아가는 우리의 옛 선조들의 공통된 바람이 있었다면 백성들의 태평성대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