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책이 있는 풍경] '이 뭐꼬' .. 마음을 다스리는 큰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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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서 살아가는 즐거움.그것은 바로 가을의 산사(山寺)를 보고 느끼는 기쁨이다.
굳이 이름이 잘 알려진 도량만이 좋은 곳은 아니다.
주변의 자그마한 암자에서조차 가을의 풍광을 느낄 수 있는 때이다.
가을이 깊어가면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사람은 죽어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돈 명예 권력이야 당대의 삶과 함께 빠른 속도로 망각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사는 동안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새삼 깨치게 해 주는 아주 조그만 책이 나왔다.
성철 큰스님의 말씀을 정리한 '이 뭐꼬'(김영사)라는 책이다.
사람은 가고 그가 남긴 말들은 남아서 후인들의 가슴을 새삼 파고든다.
"마음을 닦는 것이 불교다.
화두정진은 마음을 닦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뭐꼬'는 화두 중에서 유명한 것이다.
'이 뭐꼬'란 질문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깨치게 되고 마음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있다.
법문을 들을 때나 책을 볼 때나 무엇을 하든지 언제나 이렇게 물어보라.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이것은 무엇인가?"
백일법문 중에 나온 문장들로 성철 스님의 책은 시작된다.
드러난 것과 물질적인 것을 중심으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시대에 성철 스님의 법문은 생활인에게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물질이든 아니든 내가 원하는 것의 본질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를 생각해 보자.그것은 외부가 아니라 바로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세상의 변화에 관계 없이 보통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스님의 법문 중에서 '자기를 바로 보자'는 문장을 찬찬히 음미해 보자.
"바로 보지 못하면 바로 알지 못하니 행동도 바르게 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라.눈 감은 사람이 어떻게 바로 걸을 수 있겠는가? 먼지 앉은 거울이 어떻게 사물을 바로 비출 수 있겠는가? 망상이 마음을 덮고 있는데 어떻게 바로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바로 볼 수 있으며 어떻게 바른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눈을 뜨고 자기를 바로 보자."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일상의 번잡함을 벗어나 잠시라도 내면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공병호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