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속에서 인과관계 찾아라 .. '펭귄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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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빙산 위에서 살던 펭귄들이 인근의 뭍에 살던 바다코끼리와 협정을 맺었다.
바다코끼리들이 펭귄의 영역인 빙산 아래 바닷속 깊이 있는 대합을 따서 펭귄과 나눠 먹는다는 게 협정의 주요 내용.펭귄은 대합을 좋아하지만 폐가 너무 작아 대합을 따올 만큼 오래 잠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협약은 대성공을 거둬 펭귄의 빙산에는 맛있는 대합들이 넘쳐나게 됐다.
이 소식을 듣고 이웃 빙산의 펭귄들이 몰려들었고 더 많은 대합을 따기 위해 바다코끼리들도 많이 건너왔다.
그 결과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육중한 바다코끼리한테 펭귄이 깔려죽는 사건이 잇달았고 펭귄과 바다코끼리 간의 분쟁이 늘기 시작했다.
이웃 빙산에서 온 펭귄들은 풍요의 섬을 떠났고 남은 펭귄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스파키'라는 영리한 펭귄이 드디어 원인을 찾아냈다.
너무 많은 펭귄과 바다코끼리 때문에 빙산이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학습조직론의 전문가인 데이비드 허친스가 쓴 '펭귄의 계약'(박선희 옮김,바다출판사,7천5백원)의 줄거리다.
이 책은 개인적인 숙련,조직론,사고모델 등을 다룬 허친스의 학습우화 시리즈 '레밍 딜레마''늑대 뛰어넘기''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에 이은 4탄이다.
우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을 위협하는 갖가지 문제들을 찾아내는 시스템 사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스템 사고란 세상의 복잡한 인과관계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정지된 화면보다 변화의 유형에 주목한다.
시스템 사고를 하려면 시스템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모든 시스템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으며 시스템의 각 부분은 이 목적 달성을 위해 결합한다.
또 시스템은 더 큰 시스템 안에서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며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다.
아울러 시스템 안에서는 피드백이 이뤄진다.
펭귄들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 것도 시스템 사고 덕분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펭귄들은 바다코끼리 대합 펭귄 간의 순환관계를 따져본 끝에 빙산에 살 수 있는 펭귄과 바다코끼리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모두가 원하는 대합 수확량을 늘리면서도 빙산이 가라앉지 않도록 수확된 대합을 다른 빙산들로 실어나르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단선적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시스템 사고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내가 결혼생활에 실패한 건 남편이 일 중독자였기 때문이야''폭력적인 랩 음악만 없다면 흑인 갱 문제는 해결될 텐데'라는 생각 등이 단선적 사고의 예다.
'A 때문에 B다'라는 단선적 사고로는 현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여러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펭귄의 교훈처럼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스템에 갇히게 된다"며 "기저에 깔린 시스템 구조를 더 잘 이해할수록 변화에 더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스템 '안'이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