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미국과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중국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제16차 당대회가 한창 진행중이다. 신·구 경제대국인 이들 국가가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경제정책=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부시 행정부 집권 1기동안 경제분야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2004년으로 예정된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 해결이 우선적인 과제임을 시사해 준 것이다. 집권 2기를 맞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당면한 증시와 경제안정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미 경제계가 부시 대통령이 이런 의지를 담은 첫 작품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래도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면 대공황 당시의 후버 경제팀 이후 가장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경제팀을 교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미 사임을 표명한 증권관리위원회(SEC)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현 경제팀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다. 집권 2기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양대 현안이 있다. 하나는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과제다.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출범 초부터 유지해온 조세감면을 통한 부양책을 그대로 밀고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금리인하 정책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선택할 정책수단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현안인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서는 공화당의 전통인 강력한 통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질적인 면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힘을 앞세운 일방적 통상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따라서 집권 2기에는 다자채널과 양자협상을 동시에 활용하는 야누스적인 색채가 보다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강한 달러화 정책과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친기업·친월가(Wall Street)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정책에 있어서는 문제가 드러난 신뢰회복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는 것이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대회 이후 중국의 경제정책=현재 16차 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중국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당대회 이후 경제정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후진타오-원자바오는 국제사회에서 개혁과 개방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중국의 개혁과 개방정책에 보다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들어 중국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세밀하게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규모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도시와 농촌간의 빈부격차,주요 교역국과의 통상마찰 등이 대표적인 경제현안들이다. 이미 장쩌민-주룽지체제가 많은 고민을 해왔고 중국 국민들의 요구가 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후진타오-원자바오체제도 이 문제 해결에 우선적인 목표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 최우선 과제인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과감한 금융개혁 정책을 첫 작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또 도·농간의 격차와 대규모 실업,통상마찰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출지향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신 지난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해 추진해온 '경제대국형 성장모델'이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보다 속도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방정책에 있어서는 불균형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WTO 가입 이후 무역분야는 자유화가 진전되고 있으나 외환·자본자유화가 뒤따라오지 못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후진타오-원자바오는 외환·자본자유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자유화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두 국가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번 중간선거와 16차 당대회 이후 예상되는 경제정책을 사전에 충분히 읽고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