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바뀌어야 할 中정치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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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감옥에 보내진 사람도 없다.
중국 공산당은 평화적으로 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다.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에 임명돼 권좌의 핵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중국 전문가인 앤드루 네이단 교수는 중국의 정치가 '제도화(institutionalizing)'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부드럽게(smoothly)' 이전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에는 '민주화'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고 네이단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가장 '비민주적' 권력이양으로 유명한 국가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덩샤오핑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장쩌민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후진타오를 장쩌민의 뒤를 이을 인물로 뽑았다.
덩샤오핑은 고분고분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후계자를 원했으며,이러한 소망은 그의 뜻대로 이뤄졌다.
결국 권력이양도 질서있게 마무리됐다.
이같은 과거 중국의 정치시스템은 현재까지 이어져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중국 자체는 근대화된 국가처럼 보일지 몰라도 중국 정부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권력이양이 평화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치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쩌민 국가주석은 줄곧 권력에 대한 애착심을 피력해 왔다.
공식적인 직책을 포기하는 대신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덩샤오핑의 방법을 모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쩌민은 그의 파벌들과 함께 '제3의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장쩌민과 후진타오 사이에는 암투가 벌어질 수 있다.
장쩌민은 그의 핵심 부하인 쩡칭훙(전 공산당 조직부장)을 후진타오에 이어 당 총서기에 등극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더라도 지배체제를 안정시키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는 당장 많은 과제에 봉착할 것이다.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은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의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제 정책의 조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해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중국 전역에서는 수백건의 시위가 날마다 열린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문제는 중국의 지배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요소다.
하지만 공산당 지도자들끼리 투쟁을 벌인다는 사실이 더 큰 뇌관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 진정한 변화의 바람이 불려면 그 시발점은 '정치 시스템'에 대한 개혁에서 부터 비롯돼야 한다.
공산당내 젊은 계층은 변화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으며,작은 도시에서는 실제로 일반인들의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공산당내 일부 당원들은 공개적으로 민주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변화는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매우 느리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정치개혁에는 관심이 없고,체제의 외부 모양만 고치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내 권력이양이 평화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권력이양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중국 개혁의 목표는 국민들이 자신들을 이끌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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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실린 'China stumbles toward a crisis'란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