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공계 학생에 희망을 .. 崔運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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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말 본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떤 수학선생님은 문과 지망학생들보다 이공계 지망학생들을 매우 편애하셨다.
문과반인 본인은 당시 매우 섭섭한 마음을 가졌으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시는 선생님의 혜안에 감명을 받게 된다.
그 때 선생님의 논리는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지원해 기술개발을 해야 국가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공대에 다니는 막내 아이한테 지난 시절 내가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말씀을 되풀이해주곤 한다.
공대 다니는 학생들이 매우 위축돼 있고,많은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거나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한다.
이유인 즉 졸업 후 장래가 불투명하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공부는 다른 과 학생에 비해 엄청 많이 하는데 졸업 후 대우는 오히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너무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보지말고 장기적 안목으로 봐라.우리 미래의 경쟁력은 너희들 어깨에 달려 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라'고 권해 보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국가 장래를 위하여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몰리고,그들이 긍지를 갖고 열심히 연구해야 우리의 미래가 보이게 된다.
국가 경쟁력이란 제품의 경쟁력이고 제품의 경쟁력은 기술개발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기술개발의 미래 주역인 이공계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학생 대 교수 비율은 40대 1이 넘는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2배나 높은 셈이란다.
실험 기자재도 상당히 낙후돼 있다 한다.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개발되기 어렵다.
우선 교육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추어 주어야 한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갈 때 이공계 출신들이 받는 대우가 매우 낮은 것 같다.
이공계 출신들이 투입한 시간과 노력에 상응해 법조인 공인회계사 및 의사들이 받는 경제적 보상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기업과 사회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젊은이들 사회에서는 연봉 몇백만원 정도의 차이도 매우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비록 사회진출 초기에 연봉이 낮다 해도 그 분야에서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같은 분을 보아라'고 얘기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NT,BT 등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추이로 볼 경우 앞으로 10년 후쯤에는 반드시 과학기술 전문인력이 여타 분야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적 보상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제개발 초기처럼 단순 노동력으로 국제 사회에서 승부수를 던지던 시대는 끝났다.
국가나 기업의 기술혁신 시스템의 차이가 바로 경쟁력의 차이를 결정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이러한 시대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연간 연구개발비가 74억달러인데 우리나라 전체의 연구개발비는 연 1백22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보면 앞이 캄캄해진다.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고는 결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가 없다.
인구 5백만명에 불과한 유럽의 조그마한 나라 핀란드가 어떻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현재 핀란드의 1인당 연구개발비는 7백7달러로 우리의 2배에 이르고,노동인구 1천명당 연구개발 인력도 16.4명으로 우리의 3배에 가깝다고 한다.
경제활동 인구의 76%가 이공계 출신이란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이공계를 지원하는 풍토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가 경영시스템을 '기술중시'로 바꿔야 한다.
우선적으로 고급기술자가 우대 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형평성의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공계 지원 학생들에게 풍부한 장학금을 지원하고,병역 문제도 이공계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처럼 여겨질 수 있도록 과감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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