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이라크나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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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뉴욕증시의 방향을 쉽게 점칠 수 있는 때도 드문 것 같다.
장중에 나오는 뉴스가 이라크 공격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내용이거나,공격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이라면 주가는 여지없이 고개를 숙이곤 한다.
참전용사의 날인 11일,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규모 공격이 불가피할지 모른다고 또 이라크를 협박했다.
이라크 의회는 이에 맞서 유엔 결의안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비난,다우지수를 1백78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만에 하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유엔 결의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할 경우 주가는 폭등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뉴욕증시는 이라크 전쟁논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기업의 저조한 실적이나,부진한 경제회복 같은 변수는 이라크 공격 이슈에 완전히 눌려 있다.
그래서 투자분석가들이 자주 쓰는 용어가 '이라크나포비아(Iraqnaphobia)'다.
'이라크 전쟁 공포감'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변수가 뉴욕증시의 향방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주식투자전략가인 토비아스 레프코비치는 "후세인 대통령 변수가 사라질 때까지 월스트리트는 이라크 병으로 몸살을 앓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 의장이 13일 의회에서 할 연설도 이라크 문제에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린스펀 의장이 경제동향을 설명할 때마다 증시는 춤을 췄지만,이번만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외국 분쟁 지역에 군사공격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증시는 요동을 쳤다.
'이라크나포비아'와 비슷한 전쟁 불안감이 증시를 끌어내리곤 했다.
하지만 첫 포성이 울리면서 실제 공격이 시작되면 주가는 오름세를 탔던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보스니아를 공격했을 때나,2차대전 때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도 증시는 힘찬 상승세를 보였다.
'이라크나포비아'도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걷힐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은,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라크나포비아'를 걷어내는 일일 것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