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D-20] 힘겨운 승부

오는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멕시코 폴란드 등 5개국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개최지를 결정할 모나코의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가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재 판세는 2강(한국 중국)-1중(러시아)-2약(멕시코 폴란드)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수가 상하이에 비해 다소 불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측 유치단이 그만큼 힘겨운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판세 분석 =현재 유치를 신청한 도시는 여수(한국) 상하이(중국) 모스크바(러시아) 케레따로(멕시코) 브로츠와프(폴란드) 등 5곳. 초반에는 국제적 지명도를 갖춘 상하이와 모스크바가 앞서 나갔다. 여수는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 데다 지역 또한 낙후돼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케레따로와 브로츠와프도 어려운 경제여건과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공략에 밀려 한자리 수의 지지국을 확보하는데 그친 상태다. 여수가 상하이-모스크바와 3강 대열에 합류한 것은 지난 여름 이후.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이 총 동원돼 회원국들을 돌아다니며 총력전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지난 6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행사진행 능력과 국제화 수준을 공인받은 것도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지난달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체첸 반군의 인질극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독가스 살포 논란이 일면서 판세는 다시 바뀌었다. 러시아의 반(反)인권적 테러진압에 유럽의 지지국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경쟁국들 역시 이를 적극 활용했다. 모스크바가 주춤하는 사이 대세몰이에 나선 쪽은 상하이. 중국은 총리급인 우위(吳儀) 국무위원이 유치위원장을 맡아 국제도시로서 상하이가 갖고 있는 강점과 중국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은 2강 대열에 합류한 여수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도 제대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오지'라는 점을 들어 '깎아 내리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우리 측의 유치 전략은 중국 측의 주장을 역(逆)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수가 낙후된 도시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거점을 염두에 둔 개발과 첨단산업 유치에 대한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상하이같은 도시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개발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여수같은 지역은 막대한 개발차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식이다. 유럽 회원국 공략이 관건 =박람회 개최지는 오는 12월3일 제132차 BIE 총회에서 89개국 회원국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비밀 전자투표로 결정된다. 개최지는 출석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도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개최지가 선정되지 않으면 최소 득표국을 탈락시키고 다시 투표를 한다. 이같은 방식은 2개 도시가 남을 때까지 계속된다. 2개 도시가 남을 때까지도 3분의 2 이상을 얻은 곳이 없으면 최종 투표에서는 다수득표 국가가 개최지로 결정된다. 만약 한국과 중국이 최종 결선투표에서 만날 경우 승부는 유럽회원국들의 지지 여부에 달려 있다. 상하이와 여수가 아시아 지역(14개국)은 물론 아프리카.중동지역(19개국)에서도 지지국가를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중도 탈락이 예상되는 러시아 지지성향의 유럽회원국을 대상으로 막바지 유치교섭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재.관계 총 동원 =박람회 유치를 위한 공식 주체는 정부지만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재계도 유치활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해 손길승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유상부 포스코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병철 LG전자 사장, 류진 풍산 회장, 김명규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수많은 재계인사가 유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9월 이후에만 23명의 CEO가 46개 BIE 회원국을 방문했다. 손길승 회장은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력 기업인 크레슨트 석유사의 하미드 자파 회장을 만나 세계박람회 한국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김승연 회장은 한.미교류협회장 자격으로 박람회 유치를 위한 경제통상대사에 임명됐다. 김 회장은 최근 그리스와 동유럽을 방문해 지지를 당부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 레바논 예멘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한데 이어 이달엔 트리니다드토바고 세인트루시아 아이티 등 중미 3개국을 찾았다. 유상부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도 각각 중남미와 동유럽으로 출장을 가 막바지 표밭갈이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들 역시 적극 나서고 있다. 김석수 국무총리와 최성홍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부터 캄보디아에서 열렸던 '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6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2개국을 순방한다. 강동균.이정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