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酬價협상 또 파행 .. 15일까지 협상시한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의료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건보공단이 의료 행위에 대해 주는 지출) 인하를 추진하고 있으나 의료업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재정 적자를 낸 건보공단은 수가 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불합리한 부담 전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보공단과 의료단체 대표들은 지난 13일 건보수가 조정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협상 타결 지연으로 수가 인하가 늦춰지면 내년 초 일정기간 동안 일단 올해의 높은 수가를 그대로 적용해야만 돼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복지부는 양측간 수가 조정 협상 시한인 15일까지 협상 타결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18일 표결처리를 위한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 적자 축소 위해 불가피=건보공단 강암구 상무는 "수가를 내리지 못하면 건보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이 보험료를 더 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국민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지출하는 수가를 줄이면 의료기관에 주는 보험금이 줄어드는 동시에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보험료도 자동적으로 준다. 공단측은 그동안 고수익을 올렸던 개원 의사들이 수가를 내리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건강정책심의회에서 표결을 해서라도 수가 인하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우리만 희생할 수 없다=의료업계 중에서도 의사협회의 반발이 극심하다. 의협은 일부 수가는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부분도 있다는 외부 공동 용역 결과가 나온 만큼 수가 인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 주수호 이사는 "의약분업 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일방적으로 의사들만 희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가가 인하될 경우 총파업 등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설 태세다. ◆국민들만 혼란=올해 수가도 협상 타결 지연으로 연초가 아닌 4월부터 시행됐다. 수가 계약이 늦춰지면 내년 초에도 일단 올해 수가가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수가를 낮춰 보험료 인상폭을 줄이겠다는 건보공단은 물론 협상 당사자인 의료단체들도 국민들로부터 비난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