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수급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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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무기력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증시는 모멘텀 부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스권에 갇혀있는 모습이다. 고점을 확인한 이후 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방향성을 드러낼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다.
증시는 당분간 좁은 등락을 반복할 전망이다. 국내외 호악재가 뒤엉켜있는 상황에서 이미 노출된 재료가 개선되거나 악화되는 정도로는 추세를 결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투명한 해외요인이 개선되는 정도를 지켜보면서 단기 수급보강 여부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박스권에 맞게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박스권 이어질 듯 = 증시가 지난주 미국 금리인하라는 대형 재료노출과 함께 고점에 대한 부담을 표출한 이후 박스권 중반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물 옵션만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넘겼다. 주 초반 프로그램 매물을 상당히 소화한 덕을 봤다.
시장에서는 지난 7월 이후 주식관련 파생상품 만기일 이후 방향성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금요일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조정 이후의 재반등이냐 바닥권 탐색이냐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리한 박스권 흐름이 일시에 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모멘텀 부재에 이어 내부에너지마저 소진되는 형국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위로나 아래로나 강하게 반응할 만큼 강력한 호재나 악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종합지수 630~680의 박스권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은 밋밋하게 전개되더라도 종목별로는 반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종합지수가 엿새 연속 하락하면서도 단단한 흐름을 전개한 까닭에 반발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는 데다 변동성을 안고 있는 해외요인도 다소나마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종목별 반등시도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먼저 투자심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잠시 벗어난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이라크의 행태나 강경일변도로 전쟁을 치르고야말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를 고려할 때 언제라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는 있겠지만 이라크와 함께 증시도 시간을 벌었다는 판단이다.
또 이라크 문제와 더불어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달러화 약세가 진정되고 있다. 전쟁위험감소, 일본 당국의 의지 등을 감안하면 달러화에 대한 단기 바닥 인식이 우세하다. 달러/엔이 119엔대에서 추가 하락이 막힌 가운데 이날 1,210원을 넘어선 달러/원 환율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단기 수급 장세 = 해외요인이 다소 개선된 상황에서 증시의 관심은 수급보강 여부에 쏠려있다. 모멘텀 부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갈수록 수급영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하향반전된 기술적 지표들의 움직임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11월물 옵션만기를 별다른 충격없이 무난하게 보냈다. 현선물간 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역베이시스를 강화했지만 매수차익잔고가 연중 최저 수준인 탓에 매물 부담이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수급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수차익잔고가 다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
물론 시장베이시스가 전환되어야 대량의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시장베이시스는 지난달 29일 이래 줄곧 백워데이션이 우세한 상황에 있고 이날 종가기준 시장베이시스 역시 마이너스 0.97을 가리키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의 수급을 쥐락펴락하는 외국인이 제한적인 매수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초와 같은 매수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 전기전자관련주, 경기방어주, 통신주, 카드주 등으로 입질을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매도세로 돌변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기술적인 부담이 남는다. 종합지수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하향 돌파하는 단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또 20일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0일선의 상승추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도 20일선이 무너진 상태여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대기 자금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도 이달 들어 꾸준히 감소추세를 그리고 있다. 거래부진도 에너지 소진을 가리키고 있다. 이번주 들어 거래량이 10억주를 하회하고 있고 거래대금은 2조원에 채 미치지 못하는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