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업체 적자 눈덩이.. 삼성전자 제외 3분기 5천억이상씩 손실

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피니언 등 세계 주요 D램 업체들이 지난 3·4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내고 생존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채권은행들이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어 더이상 때를 놓치면 경영정상화에 실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록적인 D램업계 적자=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이 지난 분기에 5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영업손실 5천1백10억원과 순손실 6천1백70억원을 나타내 올들어 9월 말까지 누적적자폭이 1조3백8억원에 달했다. 전우종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하이닉스가 4·4분기 중 적자폭이 줄기는 하겠지만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인피니언도 13억8천만유로(약 1조6천8백8억원)의 매출액에 5억6백만유로(6천6백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종합반도체회사인 인피니언의 손실은 대부분 D램 부문에서 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전문업체로 8월말 결산법인인 마이크론은 6월부터 8월까지 매출액 7억4천8백만달러(9천7백24억원)에 4억6천8백만달러(6천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3·4분기 중 8천8백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대조된다. 업계 2∼4위인 D램 업체들은 시장주력제품인 DDR로 전환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전 팀장은 지난 분기 삼성전자의 경우 DDR 비중이 50% 수준에 달했지만 다른 업체들은 3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원가면에서도 삼성전자는 평균판매가격이 3.5달러,제조원가는 2달러대 중반인데 반해 하이닉스는 개당 3.5달러 이상에 만들어 2.5달러 수준에 판매한 것 같다고 대우증권 정창원 IT팀장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기술개발과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언의 경우는 전환점을 찾기 위해 최근 대만의 난야와 3백㎜ 웨이퍼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닉스 경영정상화 방안 지지부진=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도이체방크의 구조조정 초안을 바탕으로 △무담보 채권의 50%인 1조8천5백억원의 출자전환 △부채 만기의 최장 2006년 연기△금리감면 등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놓았으나 채권단 결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 외환은행은 최근 DDR값 상승을 하이닉스의 현금흐름 전망에 반영하기 위해 도이체방크의 최종 보고서 작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상화 방안이 채권단 회의에 올라가더라도 이것이 쉽게 결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 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80∼90%까지 쌓은 은행권은 동의할지 모르지만 투신사 등 제2금융권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권단의 정상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하이닉스에 20대 1 이상의 대규모 균등감자를 요구할 예정인데 이것 또한 '뜨거운 감자'다. 38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을 자극할 하이닉스 감자를 논의하기가 부담스러워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 추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이 의결되기까지는 △제2금융권의 동의 △대규모 감자 결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문에 채권단 주변에선 하이닉스 처리는 결국 대선 이후 다음정권으로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