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IMD,WEF 그리고 '헤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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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경쟁력 평가기관들의 발표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02년 세계 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작년보다 2단계 상승,2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그렇게 됐다는 분석이지만 공공기관의 경쟁력이나 노사협력 등 기업의 사업환경 수준은 여전히 낮게 평가된 모양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동으로 '2003년 경제자유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52위로 지난해보다 14단계나 추락했다고 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경제자유도 수치가 지난 95년 이후 가장 나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문제라는 얘기들이 많다.
지난 상반기에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세계경쟁력 연감 2002년'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7위로 작년보다 1단계 상승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기업경영 환경에 대한 평가는 역시 낮았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들은 많다.
권위 있다고 알려진 기관들을 대략 꼽아도 IMD WEF 헤리티지재단을 포함,15개에 이른다.
이들 기관이 평가대상으로 하는 변수만도 1천3백개가량이라는 계산도 나와 있다.
IMD와 WEF는 경제적 성과 및 사회구조 제도 정책 등을 종합해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며,그래서 평가변수도 많아 각각 2백86개,1백61개에 이른다.
헤리티지재단은 경제적 자유보장과 시장경제의 존중 정도를 따지기 때문에 평가변수는 50개 정도다.
물론 투명성이나 부패정도를 평가하는 국제투명성위원회(TI) 같은 곳은 이보다 더 적은 10여개 변수만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런 변수들은 크게 양적 변수와 질적 변수로 나눌 수 있다.
또는 경제적 성과측정에 관련된 변수그룹과 각종 제도ㆍ정책ㆍ환경에 관련된 변수그룹으로 나눌 수도 있다.
그런데 IMD나 WEF의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양적 변수'라든지 '성과지표'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질적 변수'라든지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에 관련된 변수들에선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모든 변수를 취합한 IMD나 WEF의 평가보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도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크게 뒤처지는 것은 분명 이 때문일 것이다.
때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질적인 경제인프라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질적인 경제인프라가 제도ㆍ정책ㆍ환경의 선진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것은 정부의 고통(?)을 요구한다.
답을 알아도 잘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경제자유도를 제고하지 못한다면 IMD나 WEF에서 평가하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20위권 내외에서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것 같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