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나노경제] '이삭으로 곳간 채우기'

지난주 일요일, 오후에 온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기로 하고 오전 일찍 관람권을 예매하러 갔다. 2장까지 장당 1천5백원씩 할인해 주는 딸아이의 TTL카드를 들고 가 내밀었으나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맞고 꼼짝없이 1장에 7천원씩 다 냈다. 관람 전 극장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 '마르쉐'에서 식사한 다음 계산하면서 포인트 적립을 위해 회원카드를 내놨더니 이번엔 카드가 새로 바뀌어 기존 적립금은 소용 없게 됐다고 했다. 카드 변경사항을 인터넷 등에 띄웠다며 이월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언짢은 기분을 달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TTL카드로 20% 할인받았기 때문이었다. 내 경우에서 보듯 이젠 모든 소비행동시 꼼꼼이 따지지 않으면 그대로 손해보기 일쑤다. 할인이나 마일리지제를 실시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까닭이다. 결국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면 온갖 플라스틱카드를 들고 다녀야 할 판이다. 내 가방에 있는 것만 해도 신용카드 백화점카드 현금인출카드는 기본이고 화장품과 의류 매장 서점 레스토랑 카드 등 한보따리다. 언제 필요할지 몰라 항상 갖고 다니다 어쩌다 빠트리면 꼭 쓸 일이 생겨 억울하게 만든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확인해 주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업소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언젠가 식구들끼리 함께 들렀던 동네 레스토랑에서 멤버십카드를 안가져 왔다고 끝내 할인을 안해주는 바람에 준비성 운운하다 부부싸움으로 번진 적도 있다. 가능한 한 한 장으로 여러 곳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의 회원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까닭일 터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때그때 돈을 절약할 수 있는 할인쪽이 좋지만 업체나 매장에선 대체로 포인트제를 선호한다. 신한카드만 해도 출범 초기엔 3.6.9가 들어가는 날 오일뱅크에서 주유하면 결제시 1ℓ당 1백원씩 할인해 줬지만 지금은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포인트는 대부분 일정점수가 돼야 쓸모 있도록 돼 있는 데다 사용 가능한 점수가 돼도 모르거나 무심해서 안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유효기간을 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 적립방법은 업체나 사업장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백화점처럼 1천원당 1~5점을 주거나 의류회사처럼 사용액의 1~5%씩 적립해 준다. 또 자체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백화점과 달리 일반가맹점에선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시 적립비율이 다르다. 대다수 OK 캐쉬백 가맹점의 경우 현금결제 때 24점을 적립해 주면 카드결제 시엔 8점 정도 해주는 식이다. 포인트 적립은 많이 해줘야 사용액의 5% 정도고 이용할 정도가 되려면 적지 않은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만큼 소홀히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듯 신경 써서 모으면 포인트도 만만찮은 자산이 된다. 다만 군소업체나 단일매장은 종종 없어지거나 카드를 바꾸면서 이월시키지 않는 수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백화점 포인트 또한 대부분 유효기간이 2년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에서 늘어나는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좌석 승급(업그레이드)시 공제폭을 상향 조정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마일리지는 빨리 쓰는게 수'라고들 하거니와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모았다가 큰 걸 받으려 하기보다 사용 가능 점수가 되면 써버리는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