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에 강한 '광고계의 제임스 카메룬'..KT'인간탄환'제작 송 황 감독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KT와 하나로통신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주목받는 광고 감독이 있다. KT의 광고 "인간탄환"편을 제작한 송황 감독(44)이 그 주인공.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광고에 활용,"메가패스 장군"으로 불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두 선수가 경주하는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KT의 새 광고 "인간탄환"편에서는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브랜드 "하나포스"를 겨냥해 "아직도 하나?"란 카피를 제시했다. 송 감독은 업계에서는 "광고계의 제임스 카메룬"으로 불린다. 스케일이 크고 비주얼이 화려한 대작에 강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유명 광고 감독 제임스 카메룬과 닮았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점에서는 섬세한 심리묘사에 능해 "광고계의 우디 앨런"으로 불리는 하나포스 광고 담당 서정완 감독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송 감독은 제일기획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파 감독"으로 분류된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광고계로 뛰어든 그는 제일기획에서 CM플래너(광고 기획자)와 이벤트 연출가로 활약했다. 1년간 드라마 PD로 외도한 적도 있지만 광고 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10년동안 오로지 광고 한 우물만 팠다. 그는 기나긴 광고인생 만큼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고 이제는 후배 감독들한테 "큰 형님" 소리를 듣는 입장이 됐다. 송 감독은 환상적인 비주얼이 많이 사용되는 전자제품 광고를 유달리 많이 만들었다. 전자제품 광고는 컴퓨터그래픽이나 미니어처 등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 광고에 비해 훨씬 손이 많이 간다. 그러다보니 광고를 제작하는 기간에는 감독은 물론 모든 스탭들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이번에 제작한 KT의 "인간탄환"편은 여느 광고보다 힘들었다는 것이 송 감독의 소감이다. 육상경기를 소재로 한 광고이기 때문에 속도감이 중요한데 육상 트랙 위에는 장비를 올려놓을 수 없는 탓에 촬영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달리는 모습을 속도감 있게 찍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나. 송 감독은 고민 끝에 배경을 이용하기로 했다. 광고 제작진은 실내에 30m에 달하는 가상트랙을 설치하고 배경에 세로로 된 아치를 촘촘히 세웠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아치들은 송 감독의 생각대로 속도감을 나타내는데 그만이었다. 발상의 전환이 성공한 셈이다. 송 감독은 자신이 만든 광고에 대해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에서는 광고 제작 기간이 길어야 보름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서 3,4개월 걸려 완성하는 컴퓨터그래픽 광고를 단기간에 만들기 일쑤"라고 얘기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을 그대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송 감독은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젊은 감각을 총동원해야 하는 전자제품 광고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끊임없이 젊은 감각을 따라잡지 않으면 제대로 된 광고를 만들기 어렵다"며 "작업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젊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