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영난 벤처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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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가 떨고 있다.
최근 엄습하고 있는 매서운 칼바람(경영난)이 언제 '빙하기'로 돌변할 지 몰라서다.
빙하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벤처기업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벤처캐피털은 벤처투자를 꺼리고 있다.
코스닥 등록요건이 대폭 강화돼 벤처기업을 코스닥에 올리는 것도 쉽지않다.
이로 인해 벤처투자→코스닥 등록→자금회수→벤처투자라는 자금의 순환은 이미 끊겼다.
엔젤투자자들도 벤처거품이 사라지면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지 못해 속을 태울 뿐 벤처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벤처기업에 돈을 댈 투자자가 말라버린 셈이다.
이처럼 정보기술(IT)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이 애물단지로 변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벤처기업 대주주나 경영진은 기회가 되면 기업을 팔려고 기업인수 및 합병(M&A) 전문회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이달초에는 10여개의 코스닥 등록기업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그리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M&A컨설팅업체인 ACPC 남강욱 부사장은 "옥석가리기가 마무리되면 오히려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지금보다 쉬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지만 이 틈을 타 알짜 벤처기업을 찾아나선 투자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올 겨울을 넘기지 못할 벤처기업이 줄잡아 2천여개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간 뒤 기자에게 투자할 만한 벤처기업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시중에 여전히 투자자금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IT업체 K사는 투자할 만한 벤처기업을 추천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해왔다.
투자처를 물색하던 벤처기업 N사는 벤처매물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 M&A중개업체 소개를 부탁했다.
또 모 벤처투자가 모임도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찾고 있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빙하를 녹여줄 따뜻한 바람이 언제 어디서부터 본격적으로 불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밑바닥의 움직임으로 볼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봄바람은 반드시 불 것이고 그때까지 벤처기업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문권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