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FTA와 통치자 지도력 .. 金鍾燮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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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집단도 있고 피해를 입는 집단도 있다.
국민연금정책 같이 한 세대가 혜택을 보는 대신 다른 세대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고,통상정책같이 한 산업이 혜택을 보는 대신 다른 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펼치려 할 때에는 아무런 정책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 된다.
경험적으로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했던 경제정책은 결국 대부분의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어떤 정책은 시행하고,어떤 정책은 시행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경제학에서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그 혜택이 피해보다 클 경우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그 보완책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에 보상을 해 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정책이고 통치자의 마음이어야 한다.
통치자는 집단적 이해보다는 전체 국민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필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의 사람들이 '정부정책은 전체 국민을 고려해서 입안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안에 대해 강력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통치자가 피해 입는 집단에 동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이로 인해 정부정책이 흔들린다면 이것은 지도력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통치자의 지도력 부재는 정부부처간 갈등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멕시코는 NAFTA 추진 당시 살리나스 대통령이 여러번 TV방송에 출연하여 북미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NAFTA에 대한 강력한 추진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부부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국내외적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성사시켰다.
물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를 입는 산업이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대하는 집단도 많았다.
멕시코는 주식인 옥수수의 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농업부문의 반대가 심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NAFTA는 발효됐고,그 혜택으로 멕시코는 1994년 외환위기로부터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통치자의 내적 갈등이 정부부처간의 갈등으로 표출돼 한-칠레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외교통상부와 농림부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전체의 후생'이 아니라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집단의 이해'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협상이 타결된 한-칠레 FTA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거나,국제적 통상환경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대선 후보들의 입장과 발언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 국가의 통상정책은 전체국민을 생각해서,그리고 세계통상환경을 고려해서 입안돼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국제적인 통상환경에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업에 대한 비교우위를 백분 활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교우위산업의 수출감소를 감수했던 국가들은 결국 국제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국제적 통상환경은 어떠한가.
FTA라는 세계적 추세는 유럽으로부터 미주를 거쳐 이제 아시아에 상륙했다.
특히 우리의 가까운 경쟁자들이 FTA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협정에 합의했으며,일본도 아세안 뿐 아니라 멕시코와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WTO의 다자간협상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을 낮추려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내부적 이해집단의 갈등에 발목을 잡혀 국제무대에서 공격적 통상정책을 펼칠 아무런 무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상협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적 합의가 필요하며,이를 위해서는 국제통상환경을 이해하는 통치자의 지도력과 결단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하겠다.
chongsup@ccs.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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