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패트롤] '가락시장 김장채소 경매장'..무.배추 순식간에 낙찰

김장철을 맞아 서울 가락시장이 분주해졌다.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의 농산물 도매시장. 하루 8천t의 농·수·축산물이 이곳에 반입된다. 요즘은 김장용 배추 무가 날마다 각각 1천여t씩 들어왔다 빠져나간다. 가락시장에선 낮과 밤이 바뀐다. 초저녁부터 트럭들이 분주하게 들어와 서울 시민들이 곤히 잠든 새벽에 경매가 이뤄진다. 지난 17일 밤 11시. 가락시장 제1경매동 대아청과 경매장에 배추 트럭 1백여대가 두 줄로 늘어서 있다. 고창 영암 예산 당진 등지에서 올라와 경매를 기다리는 배추들이다. 경매를 준비하던 경매사 김강영씨는 "추위 탓에 배추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며 손을 호호 분다. 장작불을 때는 키다리난로 옆 상인들의 입에서도 입김이 모락모락 솟는다. 경매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가자 기록사 2명과 경매사가 탄 3인승 경매차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1백여명의 인파가 그 뒤를 좇는다. 중도매인들과 직판시장 상인들,할인점 유니폼을 입은 청년 등이 한데 뒤엉켰다. 이들은 이미 한 시간 전에 물건을 찍은 뒤다. 대충 보는 듯하지만 배추와 무에는 각각 10가지,16가지의 기준이 있단다. "허여 자라…허여 자라…허여 자라….3백25만원,우창순씨." 경매사의 아리송한 구령으로 경매가 시작됐다. 중도매인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무선응찰기 버튼을 누른다. 경매차 꼭대기 PDP 화면에 '3백25만원 고창 우창순씨'라는 문자가 뜬다. 경매 결과는 PDP 화면과 동시에 무선랜을 타고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뜬다. 트럭 한 대당 머무는 시간은 20초 미만. 경매는 1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배추 무는 각각 1천60t과 1천57t.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5% 가량 늘어난 양이다. 이날 경매에서는 고창 배추가 4백9만원으로 최고가를 받았고 예산 배추는 1백50만원으로 최저가격에 낙찰됐다. 요즘 배추 가격은 이른 추위 탓에 초강세다. 이날 특품 평균가격은 3백87만원(5t 트럭). 지난해 이맘때 1백30만∼1백50만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2.5배나 되는 가격이다. 무 역시 2배 이상 오른 값에 거래됐다. 대아청과 김동진 영업부장은 "파종 시기가 늦어진 데다 추위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벽 1시. 3명이 한 조인 아주머니들이 트럭에 매달려 배추 무더기를 허물고 있다. 일당 5만∼7만원을 받는 작업담당조다. 아주머니들은 배추를 다듬어 두 포기씩 빨간 끈으로 묶은 다음 차 앞에 진열해 놓는다. "상품(上品) 백개(2백포기) 60에 가져가." "에이,뭔 소리여,아까 경매 다 봤는데…." 중도매인과 식자재공급업체 직원간에 흥정이 벌어졌다. 전자경매가 도입된 후 흔해진 풍경이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가격 뻥튀기'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됐다. 한 중도매인은 "요즘은 10%,20% 남기기도 어렵다"고 푸념한다. 이날 배추 2포기 한 단은 1천7백∼3천원에,5∼7개짜리 무 한 다발은 1천5백∼2천5백원에 팔려나갔다. 이 배추 무가 동네 슈퍼에 진열되면 한 단이나 한 다발에 적어도 2천∼3천5백원은 줘야 한다. 새벽 3시. 한바탕 소란을 떨던 도매상들도 빠져나갔다. 트럭 근처 바닥에는 배추잎들이 무릎까지 수북이 쌓였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가스버너에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 밤참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옛날에는 근처 아줌마들이 새벽장 보러 많이 왔는데 요즘엔 안와.김치공장이나 식당에 납품하는 사람들이나 오지." 10년째 이곳에서 배추를 다듬었다는 김분례 아주머니(57)는 이렇게 말한다.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사는 사람 수는 줄었지만 한 번에 사가는 양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식사를 끝낸 아주머니 몇이 떨어진 배추잎이며 무청 등을 주섬주섬 모은다. 이렇게 만든 시래기는 아주머니들의 가욋돈이 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