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믹스 5년] (1) '프롤로그' .. 찬사와 비난 엇갈려
입력
수정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인 'DJ 노믹스'가 대단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정부에 바통을 넘기는 것은 내년 2월이지만,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함께 사실상 'DJ 노믹스'의 정치적 역할은 막을 내린다.
5년 전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의 충격파 속에서 '경제 구원투수'를 자임했던 김대중 정부의 그간 경제운용 결과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일본의 제자였던 한국이 이제 일본의 스승이 됐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상의 찬사와 함께 '시장경제로 포장된 신(新)관치'라는 극단의 비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과거 어느 정권도 이처럼 평가가 엇갈린 적은 없었다.
빚더미에서 출발한 김대중 정부의 5년간 경제성적표는 한마디로 눈부시다.
외환위기 당시 바닥난 나라 곳간(외환보유액 39억달러)을 세계 4위(1천1백70억달러)로 불려놓았다.
김영삼 정부 5년간 4백25억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적자는 김대중 정부 들어 9백억달러 이상의 흑자로 탈바꿈했다.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6%대 성장과 2%대의 낮은 실업 물가를 유지했고 '대마불사'나 '은행불사'를 용납하지 않는 경제시스템도 구축했다.
그 결과 집권 초 'B+'까지 추락했던 국가 신용등급은 7계단 오른 'A-'로 회복(S&P 기준)됐다.
그럼에도 DJ 노믹스가 성공작이란 평가는 국내에선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기업 구조조정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강요된 개혁프로그램에 의한 것이고, 빠른 경제회복은 세계 경기흐름과 중국 특수 덕이며, 경상수지 흑자도 환율을 대폭 절하한 결과로 폄하되고 있다.
또 무리한 경기진작에 따른 부동산 투기와 저금리 부작용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는 비판도 따갑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고 공들인 벤처기업 육성은 각종 게이트와 의혹의 원천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집권 초기 '퇴출' '개혁' 등의 경제 키워드가 어느새 '퍼주기' '조폭' 등에 자리를 양보했다.
이같은 양극단의 평가는 '경제의 양극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富)의 쏠림'으로 인해 아랫목과 윗목이 확연해져 사회 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DJ 노믹스가 한국 경제를 나락에서 건져올렸는지, 또 다른 문제를 잉태했는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DJ 노믹스를 철저히 검증해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가려내지 않고선 새 정부에서 또 다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DJ 노믹스 5년간의 공과를 10회에 걸쳐 결산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