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경기 내림세 속 돈줄 조여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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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이 매출은 전분기에 비해 1.5% 줄었고 순이익은 32%나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9월까지의 이익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백49.6% 늘어난 20조6천4백2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줄었고 감소폭도 갈수록 커지는 것을 보면 내년 이후 전망은 어둡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외 경기둔화와 이라크전 가능성 등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경기둔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부동산 거품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등 잠재적인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경제상황이 매우 불확실해 경제정책의 가닥을 잡기가 어렵다.
그럴수록 관계당국은 정책방향을 신중하고 섬세하게 조율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볼때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고 서비스업에 대한 외화대출을 축소하는 등 돈줄을 급격하게 조이는 일련의 조치는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배경을 전혀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은행경영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많은 단기외화부채가 외환위기를 불러온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들이 단기·저리의 엔화자금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이 이같은 현상들을 시정하는 적절한 시기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마당에 돈줄을 급격히 조이는 것은 여러모로 현명하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가 자칫 급락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가계대출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쪽에선 돈줄을 조인다고 당장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심각한 실정이다.
올 3분기 기업실적만 봐도 그렇다.
3분기 매출이 하한기인 2분기보다 줄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명목상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저금리와 달러강세 등 외부 요인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그나마 상위 10개 기업의 이익이 전체 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상장기업의 30%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자급공급 축소가 몰고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