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들의 섬 '발리'] 휴식! 그 이상의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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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향취가 현재와 공존하는 곳, 지구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신들의 나라 '발리'.
한국의 신혼여행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사랑의 섬'으로 알려진 발리는 남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맑은 공기와 드높은 야자수, 눈부신 파도가 원주민들의 검은 피부와 어울려 이곳이 지상낙원 발리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눈가루가 흩날리는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6시간30분을 날아 발리공항에 안착했다.
연결통로를 빠져 나오는 순간, 열대의 공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후끈하다.
주변은 볕에 그을린 코코아빛 피부의 사람들 일색이다.
예쁜 아가씨들이 하얀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과일주스를 권한다.
한국의 8월 중순 찌는 듯한 더위속에 버스를 타고 숙소인 르메르디앙호텔로 향했다.
길거리엔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로 넘쳐난다.
발리에서는 세금이 많아 웬만한 서민은 자가용을 구입하기가 힘들다고 가이드가 서투른 한국말로 이야기한다.
길은 왕복 2차선으로 좁다.
어둑해진 발리시내 외곽풍경은 70년대 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
발리 사람들은 가난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정만큼은 밝고 여유가 넘쳐 보인다.
발리 시내 곳곳은 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다.
호텔입구에서도 경비원들이 앞서 달리던 경찰차까지 뒤진다.
새삼 폭탄테러 이후의 발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환영만찬이 열리고 현역 대령이라는 발리 경찰의 고위인사가 테러이후의 대책을 발표했다.
테러전 8백여명이었던 경찰병력을 사복경찰 포함 5천여명으로 늘리고 공공건물 등에는 금속탐지기를 설치, 정밀 검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테러 재발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발리는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섬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힌두교를 믿고 있어 미국이 이번 테러의 주범으로 지적한 이슬람과격파인 알 카에다 조직과는 아무런 연관이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자신들이 믿고 있는 힌두교 교리는 일체의 폭력을 부정한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테러 현장인 쿠타 해변가 거리에 위치한 사리클럽이 있었던 자리에서 발리전통식 위령제(14일)가 열렸다.
테러 현장은 그저 평지처럼 돼있었고, 주변 건물들이 참혹하게 부서져 있었다.
사고 후 일체의 복구작업은 없었다고 했다.
전통악기가 연주되고 기괴한 가면을 쓴 사람이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설치된 신당앞에 저마다 준비해온 제물을 놓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발리의 전 주민들이 모인 듯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진심어린 애도와 발리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날 발리전통문화촌인 우붓으로 향했다.
우붓에는 발리의 모든 것이 있었다.
바롱 댄스, 케작 댄스 등과 발리 예술가들의 작품을 연대별로 정리한 푸리루키산미술관이 인상적이었다.
우붓 근처 아윤강의 급류타기도 발리여행의 또다른 기쁨이다.
곳곳에 튀어 나온 바위를 헤치며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스릴이 일품.
짐바란해변은 평화로웠다.
노천카페에서 맞은 해넘이가 장관이었다.
그 아래 두근대는 가슴으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은 폭탄테러가 있었던 사실 마저 잊게할 정도로 정겹게 보였다.
발리=문승용 기자 wolf@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