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외유학생

유길준은 한국인 중 처음으로 미국에 유학한 사람이다. 1884년 친선차 미국을 방문하는 민영익의 수행원으로 따라갔다가 일본 유학시절 알게 된 은사를 만나 대학예비고등학교인 덤머(Dummer Academy)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는 갑신정변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내 학업을 중단했고,돌아와서는 서양문물을 소개한 '서유견문(西遊見聞)'을 써서 정치 경제 사회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문화대국 중국과 이웃하고 있어 중국유학이 대부분이었다. 근대 이후에도 초기 유학의 대상국은 중국이었는데 1882년 한·미수호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는 일본파(박영효 김옥균)와 미국파(서재필 유길준)로 갈렸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학하면 미국을 연상할 정도가 됐다. 미국유학은 최근 들어 더욱 급증하는 추세이다. 워싱턴 소재 국제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유학생 현황조사를 보면 2001∼2002년도 총 유학생 58만여명 가운데 한국유학생은 전년보다 8천여명 늘어난 4만9천46명으로 인도 중국에 이어 세번째라는 것이다. 일본 대만 캐나다 등은 한국의 뒤를 차례로 이었다. 유학생 중 상당수는 어학연수생이라고 하는데 대학에서 1년쯤 휴학하고 미국 가는 것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게다가 초등생 조기유학 바람도 불어 지난 2년 사이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국제화시대에 대비한 영어의 중요성과 국내 공(公)교육에 대한 불신이 겹쳐 탈(脫)한국이 가속화되는 것 같다. 요즘엔 미국의 웬만한 대학이나 연구소를 가도 한국유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면학에 애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의 장래를 장밋빛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유학생들이 체계적이고 계획성 있게 공부하고 있느냐 하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중국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은 해외 유학생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우는 유학생 숫자보다는 이들이 돌아와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인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