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투자자들 줄잇는다 .. 규제 적은 지방 토지시장 '입질'

서울 및 수도권에 몰려 있던 부동산 투자자금이 지방 토지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지방 토지 매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 및 수도권에서 달려 온 '원정투자자'라는 사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백여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중의 부동(浮動)자금이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부동산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지방의 좋은 땅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주상복합아파트에 이어 지방 토지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급증하는 원정투자 토지공사가 지난 8일 실시한 경남 진영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 및 준주거용지 입찰에는 서울 및 수도권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토공 경남지사의 조수제 과장은 "41개 필지가 입찰에 나왔는데 3백30명이 몰려 들었다"며 "이 가운데 40%인 1백30여명이 수도권에서 원정 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20∼22일 실시된 같은 지구 내 단독택지 분양에도 이어졌다. 조 과장은 "입지여건이 좋지 않아 미분양이 난 필지에 대한 수도권 투자자들의 투자문의가 쇄도했다"며 "지역제한을 두지 않은 2,3순위에서 일부 '악성' 필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땅이 팔렸다"고 말했다. 펜션 건립 붐을 타고 가격이 뛰고 있는 '농지 투자' 역시 외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 내린천 주변 준농림지 2천여평의 경우 올 상반기 때 호가(7천5백만원)보다 27% 오른 9천5백만원에 사겠다는 제의가 수도권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팔사람이 망설이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린 안면도 해안변 농지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농가주택용으로 농지전용 허가를 받은 안면도 인근의 준농림지 및 임야 6천평은 5개월전보다 25%나 오른 4억5천만원대에 서울 등지에서 매수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충남 당진군 송악면 대로변에 접한 7백80여평짜리 밭의 경우 올 초까지만해도 평당 15만원선이었지만 최근에는 평당 20만원 이상에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 서해안과 접해 경관이 수려한 송악면이나 신평면의 일부 농지는 서울 및 인천 등지에서 원정 온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평당 3백만원이 넘는 값에 호가되고 있다. ◆ 수도권 부동산시장 규제에 부동자금 지방으로 3백여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시중의 부동자금 가운데 일부가 정부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 토지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 서종욱 상무는 "주상복합아파트와 지방토지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추세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발가능 토지의 공급부족과 지역에 따라 부각되는 '개발재료' 역시 시장을 달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공사 경남지사 관계자는 "경남지역의 경우 지난 99년 거창 상동지구 이후에 단독택지 공급이 없었다"며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수도권 자금 유입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섣부른 '막차타기'는 금물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연구원은 "지방토지에 대한 투자열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선량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 문제"라며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데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경우 거품이 꺼지면 수도권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리면 절대 안된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