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대통령'이 되려면 ..李昌洋 < KAIST 경영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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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실랑이를 벌이던 후보들의 단일화가 여론조사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대승적 단일화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정당이념이 확고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국민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럴 때는 대통령의 기본적인 임무와 우리 앞에 닥친 국가과제를 짚어보는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또는 투표권에 대한 감성적이고,때로는 무관심했던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바꿔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은 왜 투표권을 가지는가.
헌법이나 정치학적 관점에서 투표권은 국민주권의 실현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인식은 투표권 행사의 잣대가 되기 어렵다.
이와는 달리 투표권에 대해 좀 더 경제학적인 접근이 도움이 된다.
즉 투표권은 공짜가 아니라 세금의 대가로 주어진 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이며,대통령은 이 투자자금으로 국가를 경영하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최고경영자다.
따라서 최대의 투자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후보에게 던진 표가 잘 행사된 실속있는 표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역주의·연고주의에 의한 '묻지마 투표'로 경제위기 및 공적자금의 부담과 권력형 부정부패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됐다.
그러면 국민에게 투자수익을 듬뿍 돌려주기 위해서 대통령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어야 하는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세가지를 들어보자.
첫째는 양질의 일자리다.
높은 소득과 자기실현이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국민들의 정치적 투자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관건이다.
누구든 능력에 따라 열심히 일하면 기본적인 생활과 함께 자녀 교육 및 노후를 위한 약간의 저축이 가능하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튼튼한 경제성장 엔진과 직접 맞물려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점차 소진되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도 결국 성장엔진의 약화에 기인했고,이를 넘긴 것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본격적으로 회복돼서가 아니라,당시 절정에 달한 미국경제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을 이어갈 새로운 기술부문의 등장이 지연되면서 세계경제는 당분간 불황에서 맴돌 전망이다.
다음 정부는 불리한 대외여건 속에서 성장동력을 재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할 것이고,우리에게는 수준높은 경제대통령이 더욱 절실하다.
둘째는 안보다.
여기서 안보는 대외안보(국방)와 대내안보(치안 및 사회기강)를 포괄한다.
국방에 있어 한치의 실수가 우리의 모든 것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단호한 국방의지와 뛰어난 국방외교 능력이 필요하다.
대내 안보의 핵심은 법질서다.
불법행위의 적발 가능성과 처벌의 수준이 턱없이 낮아 법의 사회질서 유지능력이 약화됐고,대신 기회주의적인 행동과 연고주의에 의한 청탁이 일상화됐다.
그 결과는 결국 힘없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적 비전 또는 희망이다.
해묵은 국가발전의 걸림돌을 하나씩 해결해 갈 때 희망은 솟아나고 국민의 장기적인 투자수익은 극대화된다.
당분간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는 낡은 정치와의 단절일 것이다.
이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이들의 계속적인 정치 주도에 대한 못마땅함이 포함돼 있다.
구시대 정치와의 단절없이 국민적 희망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들은 최소한 위 세가지 과제에 대해 상세한 공약과 일정을 밝혀야 한다.
우리는 지난 선거들을 통해 지역주의에 휩싸인 투표권 행사의 경제적 손실을 절실히 경험했다.
대통령 출신지역이라 하여 차별적인 지역발전이나,실력없는 자식들의 엉뚱한 출세를 기대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이제는 냉철한 현실인식에 따라 실속있는 한표를 던져 국민의 여망과 의지를 준엄하게 보일 때다.
drcyle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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