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팸 메시지

11월말 현재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3천2백32만4천명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휴대폰,약인가 독인가'라는 식의 물음은 아무 의미도 없다. 좋든 나쁘든 안 가지고 다닐 수 없게 된 탓이다. 실제 20∼30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종일 가야 전화 한통 올까 말까 한 중장년층까지 없으면 아쉬워 한다. 휴대폰은 실로 편리하다. 길이 막혀 차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를 때 전화로 사정을 전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고, 가족이 늦게까지 안 들어와도 휴대폰을 통해 어디서 뭘 하는지 알면 안심이 된다. 동창 중 누가 상을 당하면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여러 사람에게 일괄 통보하고(그것도 반복해서), 지리정보시스템으로 모르는 길을 찾는다. 팩스를 보내거나 게임, 동영상을 즐길 수도 있다. 물론 문제도 적지 않다. 전자파는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휴대폰 운전은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소리가 높다. 집집마다 엄청난 휴대폰 사용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다 아이들의 사생활을 짐작할 수 없어 답답해 한다.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울려대는 벨소리는 물론 알려 준적 없는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틀린 번호라는 데도 막무가내로 계속 걸어대는 억지 등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뜨는 광고성 문자메시지는 더욱 심각하다. 회의시간엔 물론 운전 중, 심지어 한밤중 '뚜뚜뚜' '삐삐삐'해 깜짝 놀라 보면 광고메시지여서 기운을 빼놓는다. 게다가 '광고'표시도 없이 '전화 기다릴게''음성메일이 도착했습니다'등으로 유혹,통화버튼을 누르면 괜스레 여기저기 누르라고 요구,통화시간을 끈 뒤 서비스료를 청구하는 식의 사기도 판친다. 6일부터 이런 스팸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이다. 국번없이 114를 눌러 060 등 특정 국번의 광고성 메시지의 전송 차단을 요청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분간 놀랄 일이 줄어들 모양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강제 차단이나 법적인 제재가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한다. e메일이든 휴대폰 문자메시지든 스팸 근절은 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식에 달린 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