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424兆] GDP 75% .. 경제위기 뇌관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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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4백조원 시대'에 진입하고 가구당 빚이 3천만원에 육박하면서 가계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빚 비중은 74~7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소비위주 경제인 미국(지난해 75.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가계빚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금융회사들의 카드론 중단 등 급격한 억제조치로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소지가 많다.
이는 결국 '사금융 급증→개인파산 속출→범죄 양산'이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가계빚이 제2의 위기를 몰고올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을 고비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등 극약 처방은 고려치 않고 있다.
◆ 눈덩이 가계빚, 증가속도는 둔화
지난 9월말 현재 가계빚(가계대출+판매신용)은 4백24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이 3백80조원, 할부금융 등 판매신용(물품구매 미결제액)이 44조3천억원이다.
1년새 1백8조원(34.1%)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가구당 빚도 2천9백6만원으로 1년전보다 7백만원가량 늘었다.
분기마다 1백50만∼2백만원씩 꾸준히 늘고 있어 연말엔 3천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4분기(7∼9월)중 증가액은 26조7천9백억원으로 전분기(29조3천3백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가계빚 증가율(전분기말 대비)도 전분기 8.0%에서 6.7%로 낮아졌다.
지난해 1.4분기(3.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 경제위기 불씨될까
가계빚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크게 엇갈린다.
'은행 부실로 이어져 제2의 위기를 몰고 올 것'이란 비관론부터 '충격이 미미할 것'이란 낙관론까지 다양하다.
금융연구원은 미국은 가계부채의 60∼70%가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모기지론(부동산담보대출)인 반면 국내 가계빚은 80% 이상이 만기 3년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공적자금으로 간신히 정상화된 금융회사를 다시 부실의 늪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턴 금융권이 소액 신용거래정보도 공유하게 돼 2백50만명 수준인 신용불량자가 일시 급증할 공산이 크다.
반면 박승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부실이 생겨도 하이닉스처럼 일시에 은행 경영에 부담을 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계빚은 한 덩어리가 아니므로 최악의 경우에도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 성장 둔화는 감수해야
하반기들어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쳐 전달(6조1천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내수소비 활황, 부동산가격 상승의 원천이었던 가계대출이 주춤하면서 감속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억제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내년 상반기중 소비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수출이 이를 부분적으로 보전하고 하반기에야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