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방카슈랑스 독점판매는 곤란

내년 8월부터 본격화될 방카슈랑스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방카슈랑스 시행방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은행들이 서둘러 해외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거나 특정 해외 보험사와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련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은행이 직접 또는 자회사를 설립해 보험사업을 영위하거나 좁게는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나 국내에 어떤 방식의 방카슈랑스가 도입될지 미정인 상태다. 방카슈랑스가 관련업계의 초미의 관심을 끄는 건 은행이 보험에 진입함으로써 기존 보험업계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판매경로가 기존의 방문판매에서 창구판매로 전환됨으로써 28만명에 이르는 보험설계사의 대량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등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또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은행대(對) 보험, 대형 보험사 대(對) 중소형 보험사간 생존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최근 외국인 출자자인 ING보험사로부터 2% 추가출자를 받는 조건으로 이 회사의 보험상품을 독점 판매하겠다고 밝혔고 하나은행이 해외주주인 알리안츠와 공동으로 프랑스생명 인수를 선언하는 등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진출계획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지난주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서둘러 기자간담회를 갖고 '독점판매는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아직 방카슈랑스를 규정할 보험업법 시행령이나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 선점을 노린 은행권의 각축이 치열해지면서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 같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선도은행들이 국제적인 초대형 보험사이기도 한 외국계 주주사의 보험상품을 독점 판매하게 될 경우 국내 보험시장의 주도권은 급격하게 외국계, 특히 유럽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외보험사로부터 자본금을 출자받았다는 이유로 애써 키워낸 선도은행의 전국적인 영업망이 해외보험사의 판매경로로 전락해 버리는 상황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독점판매 불가를 천명한 이근영 위원장의 언급으로 일단 기본원칙은 분명해졌다고 하겠지만 은행의 보험자회사 설립문제, 허용상품의 범위 등 방카슈랑스의 단계적인 도입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