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투자협정 이후 과제 .. 金寬皓 <동국대 교수.국제학>

국제통상분야에 쓰이는 용어 중 '자전거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한 나라의 통상정책 기조는 자유화라는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보호주의로 후퇴하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화 하면 보통 개방의 확대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자유화의 측면은 최소한 후퇴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현상동결이라는 원칙을 자유화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 나라의 정책이나 제도가 보호주의 방향으로 후퇴하는 것은 상대국의 교역 당사자에게는 위협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과 같이 현지에서 장기적으로 영업을 하는 기업에 있어 현지국의 관련 정책이나 제도상의 퇴행은 예상치 못한 유무형의 손실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외국에 투자할 때 그 나라의 정책 기조와 이의 안정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AT커니가 발표한 2000년 보고서의 우리나라 관련 내용 중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즉 현 정부에서 추진된 외국인투자 자유화정책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외국기업의 진출에 가장 폐쇄적인 나라의 하나였다.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외국인투자에 대한 정책은 급격히 자유화 방향으로 전환됐고,그 결과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환경은 외국기업들도 높이 평가할 정도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국기업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다. 3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한·일간 투자협정이 체결돼 양국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그동안의 양자간 투자협정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또는 상대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현지 재산보호 성격을 지니는 이른바 투자보장협정이었다. 반면 한·일투자협정은 투자보장 뿐만 아니라 서로간의 자유로운 투자,즉 투자자유화 내용까지 담고 있다. 투자협정에서 투자자유화의 기준이 되는 것은 내국민대우 여부다. 즉 외국기업의 진출과 영업에 있어 국내기업과 차별하는 조치들은 내국민대우 위반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있다면 투명하게 밝히고,향후 차별적인 조치들을 가능한 한 추가하지 않으며,현존하는 조치들은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간다는 것이 투자협정의 투자자유화에 관한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가 추진한 외국인투자자유화 정책은 국내법에 반영되어 있다. 한·일투자협정은 국내법에 반영된 내용을 협정이라는 국제법을 통해 보호하는 효과를 지닌다. 국내법의 내용은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국제법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한·일투자협정은 외국인투자에 대한 우리의 자유화 의지를 국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며,이 협정을 통해 우리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이 지니는 또 하나의 의미는 현재 논의 중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자유무역협정은 상품의 관세인하만 다뤘으나,최근엔 상품관세인하 뿐만 아니라 서비스교역 자유화,그리고 투자자유화까지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칠레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도 이러한 포괄적인 협정이다.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성사될 경우 투자협정은 이의 한 부분으로 전환될 것이다. 칠레와 협상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투자협정은 의외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일간 투자협정 부분을 완성했다는 것은 자유무역협정의 한가지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상품교역의 자유화와 투자자유화는 서로간에 보완관계를 갖는다. 최근 세계교역의 3분의 2 이상이 다국적기업들의 국제생산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국가간 투자확대는 상품교역의 확대로 연결된다. 역으로 국가간 상품교역이 장벽에 막혀 제한될 경우 투자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일투자협정이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추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