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후보 스타일] (2) '위기관리' .. 이회창 후보

신중하기로 소문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위기관리 방법은 뜻밖에 '사즉생(死卽生)'이란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이 후보 자신도 당이 어려울 때마다 "순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때 살 길이 있습니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문을 곧잘 인용하곤 한다. 순탄한 인생역정을 살아온 것으로 평가되는 이 후보에게 첫번째 정치적 위기가 닥친것은 국무총리 재임시절이던 94년 4월이었다.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총리도 알아야 한다"며 얼굴마담 총리 역할에 머물기를 거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심각한 마찰에 직면했다. 결국 이 후보는 재임 1백27일만에 총리직을 사퇴했고 이로인해 그는 급부상하는 '정치지도자'가 됐다. 97년 대선패배 후 여권의 '의원 빼가기'와 세풍, 안풍 등 각종 의혹이 겹쳐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김윤환 전 의원 등 구정치인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같은 결단으로 2000년 4.13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유지, 정국 주도권을 쥐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 3월 '제왕적 총재'의 폐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집단지도체제의 도입과 총재직 사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선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