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호현악4중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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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이란 교회나 극장에서 연주되는 음악과 구별하기 위해 17세기 이탈리아인들이 처음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내악은 이탈리아어로 무지카 다 카메라(musica da camera)인데 카메라는 방이란 뜻이다.
귀족이나 부호들의 넓고 호화스런 방 안에서 연회와 무도회를 할 때 연주되는 음악이 곧 실내악이었던 것이다.
격식을 갖춘 지적 분위기에서 거행되었기에 거친 음악은 배제되고 세련된 음악만이 연주됐음은 물론이다.
작곡가도 그들로부터 녹을 타먹는 처지여서 고도의 예술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배겨나기가 힘들었다.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음악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사정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실내악단은 2∼10명으로 구성되는데 연주자의 수에 따라 3중주 4중주와 같은 명칭이 따른다.
보통은 현악기로 편성되지만 피아노 클라리넷 등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실내악은 그 특성상 아주 친근감을 주고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 이를 즐겁게 감상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호그룹이 1990년 '금호현악4중주단'을 창단함으로써 실내악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금호4중주단은 지난 12년 동안 총 2백54회의 연주회를 가지면서 우리나라 실내악 애호가층을 형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악단은 또 70여개국의 해외 연주로 국내 실내악의 수준을 과시하면서 민간외교사절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실내악단으로 국내외에서 이렇듯 활발한 연주활동을 해오던 금호4중주단이 해체키로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는 단원이 자주 교체돼 악단이 화합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매년 20억원이 드는 자금사정도 한 원인인 듯하다.
이 악단의 해체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활동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문화예술계에 도움을 주어야 할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어느 뜻있는 기업이 나서 어렵사리 명성을 쌓아온 금호현악4중주단의 명맥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