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북한 핵시설 재가동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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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을 이유로 제네바합의 이후 그동안 동결했던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한 것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한반도 안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지난 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사실상 완전히 파기된거나 다름없게 됐다.
우리정부가 어제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긴급 소집하고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한 대응이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측이 핵개발 의사를 공개적으로 시인한 이후 우리는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다시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점을 걱정해왔다.
북한이 미국의 핵개발포기 압박에 대해 정면대결을 시도할 경우 지난 94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올 것은 예상됐던 일이다.
북한의 핵동결해제 선언은 그동안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입장에 대해 한.미.일 공조를 전제로 속도조절을 요구하며 나름대로 노력해온 우리정부에 대한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북한이 워낙 예측할 수 없는 상대이긴 하지만,미국이 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가던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했다 풀어준 직후 핵동결해제 발표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점치기는 참으로 어렵다.
북한의 핵동결해제 선언에 대해 미국이 조만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미국이 대 이라크전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부시정부의 일관된 강경입장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대응조치를 미룰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북한도 이날 담화에서 "우리가 핵시설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며 추후 협상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벼랑끝 협상을 통한 실리취득을 기대해 핵동결해제를 선언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라고 본다.
"돈을 주고 안보를 사지는 않겠다"고 천명해온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순순히 마주 앉을리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핵동결해제 선언을 취소하고 즉각 전면적인 핵개발 포기를 선언해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막고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북한의 핵개발 추진은 용납될 수 없다.
이는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아니라,동북아의 안녕 또한 위협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