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는 노사] 노사 신뢰만큼 기업도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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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경제전쟁터에선 과거의 대립적 소모적인 노사관계로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본과 토지, 노동 등 물적자산이 지배하던 시대에나 통했던 정치적이고 투쟁적 노동운동은 이제 설땅을 잃고 있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기업의 생존능력은 그만큼 떨어질수 밖에 없다.
특히 지식산업을 바탕으로한 디지탈시대에선 개개인의 역량이 기업의 생존여부를 결정한다.
기업발전을 가로막는 노사갈등은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뿐이다.
"세계화시대에는 신뢰에 바탕을 둔 신노사관계가 더욱 절실하다"는 윌리엄 쿠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상생의 노사관계는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우량기업에선 대립적 관계를 찾기가 어렵다.
이들 기업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세계시장을 하나둘씩 삼키고 있다.
AT&T, 코닝, 휴렛팩커드, 모토로라, 도요타 등 세계 내로라하는 초우량기업 치고 노사가 아옹다옹하는 경우는 없다.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수 있느냐가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의 관심거리다.
쿠크는 "노사가 대립할때는 파이가 경영자만의 책임과 노력으로 구어지지만 협력적일때는 노사가 책임을 어느정도 분담하기 때문에 질좋은 고급파이를 더 많이 구울수 있다"고 간파했다.
그만큼 노사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훌륭한 일터 포천 1백대 기업'의 선정을 주관하고 있는 신뢰경영의 창시자 로버트 레버링도 '기업내부의 신뢰수준이 곧 경쟁력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신노사문화가 산업현장에 스며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업장이 노사간 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지난98년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으나 서로 자기주장만을 고집,노사관계 3주체 사이에 불협화음만 일고 있다.
사회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노사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산업현장은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제쳐 놓은 상태다.
대립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채 노사가 서로를 비난하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 경영평가기관인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원(IMD)은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을 조사대상 49개국중 47위에 올려놓았다.
꼴찌는 면했지만 사실상 세계 최하위인 셈이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지금 전환점에 와 있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의 막무가내식 노동운동에서 탈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할 때다.
회사측도 근로자를 종이나 일꾼으로 내모는 대신 공동운명체로서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은 무엇인지, 우리근로자와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안정된 삶과 번영을 함께 누려갈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 협력적 노사관계는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한가롭게 노사 모두 자존심이나 명분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순 없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고 참여와 협력을 실행하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할 때만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수 있다.
윤기설 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