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인재 뽑기 '이색 풍속도'] 요리 만들기.축구 시합도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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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뽑기위해 면접을 이색적으로 치르고 있다.
요리를 만들고 축구 시합을 하는 것도 면접이다.
영어프리젠테이션 롤플레잉(Role Playing)게임 등 방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성적만으로는 신입사원의 자질을 판단해서는 인재들의 창의성이나 열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게 이색면접 도입의 배경이다.
구직자들 역시 면접등에 대비해 종전 고시나 언론사 입사 준비생 등에 국한됐던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정보를 교환하는등 새로운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다.
다음 등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면접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카페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지난 9월 여수공장 근무자를 채용하면서 축구와 회식을 통한 면접을 실시했다.
1천여명의 지원자중 최종면접에 오른 45명을 4개팀으로 나눠 기존 사원들과 함께 경기를 치룬뒤 회식까지 함께 했다.
협동심과 기본 체력,대인관계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다.
합격자 18명에 포함된 최철식씨는 "딱딱하고 근엄한 기존의 면접 방법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했고 선배들로부터 듣는 조언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지난달 채용에서 "요리면접"을 했다.
면접자 4명이 1조가 돼 쇠고기 야채등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작품의 주제와 특징을 설명토록 한 것.
이 회사는 요리면접을 하고 있는 것은 2년째.
"요리를 알아야 주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박진선 사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물론 맛과 멋으로 1등을 뽑는 요리경연대회와는 다르다.
똑같은 재료로 얼마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었는지,협동심과 지도력은 누가 발휘했는지가 주요 평가기준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객실승무원을 뽑기위해 롤플레잉 면접을 실시했다.
승객이 어려운 일을 요청하거나 커피를 쏟았을 때,어린이가 소란을 피울 때등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놓고 면접자들이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여승무원이 짓궂은 승객역할을 맡아 응시자들의 순발력과 재치를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국제적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영어 프리젠테이션 제도를 도입했다.
가상의 사업기회 사례를 주고 이에 대한 분석과 사업전략등을 면접자들이 영어로 말하도록 했다.
포스코도 영어는 아니지만 인턴을 각 실무부서에 배치한후 관련 분야에 대한 주제를 주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도록 했다.
평가는 대리부터 실장급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맡았다.
지원자들의 학력이나 출신지역등을 면접관들이 알수 없는 상태에서 적성등만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면접"은 이제 일반화됐다.
현대자동차 코오롱 이랜드등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면접만으로 구직자들이 자신을 증명하는 태도등을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합병등의 이유로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 톡톡튀는 이색면접을 동원한 하나은행과 국민카드가 화제가 됐었다.
2000년 1박2일의 "합숙면접"을 가졌던 하나은행은 지난해 고객들을 면접관으로 초빙해 창구요원을 선발토록한 "고객만족면접"을 가졌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적색.흑색.청색 사인펜으로 A4용지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나 동물을 그리도록 하는 "자기PR면접"을 가져 구직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벤처기업 가운데는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응시자들의 예절등을 평가하는 "호프면접",면접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주문한 뒤 연인 또는 친구에게 질문을 던져 구직자의 성품등을 판단하는 "지인(知人)면접"을 하기도 한다.
기존 사원들이 응시자를 추천해 함께 면접을 보는 "도우미 면접"을 동원하는 곳도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