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 KOREA] 하라 준 <오키디바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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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 회사의 경쟁력은 대단합니다.메모리 분야는 일본보다 월등히 낫고 종합적인 전자 기술은 일본의 80%선까지 따라잡았습니다."
하라 준(原淳) 오키디바이스 사장은 일본인 대부분이 그렇듯 일본을 낮추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전자업체의 경쟁력부터 강조한다.
오키디바이스는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낸 일본 업체.
일본 본사인 오키전기에서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사다가 한국에 판매한다.
MP3플레이어용 마이크로컨트롤러와 휴대폰부품인 SAW필터.
듀플렉서는 삼성전자에 팔고 TFT-LCD용 구동장치는 주로 LG필립스LCD가 사간다.
그가 분석하는 한국 회사의 경쟁력은 새 사업에 뛰어들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을 때 재빨리 의사결정을 끝내고 과감하게 투자를 집중해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한국 회사,특히 재벌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할 때 뭉칫돈을 끌어다가 투입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합니다.의사 결정이 신속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제조분야 비용 절감에 있어서도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 같구요."
하라 사장은 늦은 의사 결정이 일본 회사의 최대 약점이라고 꼬집는다.
"일본회사는 그렇지가 않아요.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밤새워 토론하느라 중요한 의사 결정 시기를 놓치곤 합니다.최근에야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죠."
하라 사장은 일본이 기술 이전과 아웃소싱을 통해 한국이나 중국과 협력해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본이 완전히 이웃나라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3국중 일본이 단연 탁월합니다.이런 창의성이 일본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됐지요.게임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일본은 앞으로도 신시장 개척을 통해 살 길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일본이 뭘 하나 자세히 지켜본 후 따라오는 편이지요."
하라 사장은 정규직원 7명이 전부인 오키디바이스의 비상근 총책임자로 한달에 열흘만 사무실 근처 호텔에서 숙식하며 한국에 머문다.
일본 오키전기는 오키 카바타로가 1881년 전화기 부품 메이커로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2001년 3월~2002년 3월) 매출은 6조원.
2004년까지 한국내 매출을 연간 1천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