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경영혁신운동 'TOC(제약조건이론)' 주목하라

경영혁신운동도 유행을 탄다. 80년대만 해도 일본식이 주류였다. TQM(전사적품질관리) JIT(Just In Time:적시생산시스템) 카이젠(개선)등이 바람을 탔다. 90년대 들어선 미국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이클 해머가 주창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과 모토로라 GE 등이 선도한 6시그마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6시그마 뿐이다. 다음엔 무엇이 유행할까.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차세대 경영혁신운동으로 TOC(Theory of Constraints:제약조건이론)를 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또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TOC를 도입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지난해말엔 산업공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국TOC연구회(회장 윤덕균 한양대교수)가 결성됐다. TOC프로젝트를 도입해 혁신활동을 벌이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하이트론시스템즈,MEMC코리아(옛 포스코휼스)가 전사적으로 TOC를 도입해 실시중이고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그룹은 사내 강좌를 개설하면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랜드가 전사적으로 TOC를 도입해 매출과 순익이 몇 배씩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TOC는 이스라엘 출신의 물리학자 엘리야후 골드랫 박사가 개발한 경영혁신이론이다. 그가 지난 84년 쓴 "더골(The Goal)"은 전세계적으로 3백만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는 유체흐름에 관한 최적화 이론을 공장의 물류개선에 응용해 이 이론을 개발했다. 제약(Constraints)이란 전체 시스템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취약한 부문.모든 기업과 조직에는 하나 이상의 제약이 존재한다. 생산능력 품질 시장수요 업무규정 의사결정기준 경영철학 등이 모두 제약이 될 수 있다. 성과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런 제약요소를 먼저 찾아내고,이를 통과하는 흐름을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으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TOC의 요점이다. 병목(Bottle Neck) 하나가 교통체증을 일으키듯 생산공정 전체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병목(제약조건)을 찾아 풀어주는 것이 기초적인 TOC적 사고인 셈이다. P&G는 이 방법을 적용해 6억달러어치의 재고을 줄였고 포드는 자동차 전자사업부에서만 1억달러의 재고 감소 효과를 거뒀다. 루슨트테크놀로지는 납기준수율 1백%를 달성하면서 1년만에 수익이 6백% 향상됐다. TOC를 도입한 미국 기업은 지난 99년의 경우 도입전에 비해 순이익은 평균 73% 증가했고 납기준수율은 평균 44% 향상됐다. 대신 재고는 평균 44%가 줄었고 제조사이클도 평균 65% 단축됐다.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낸 TOC가 6시그마와는 달리 덜 알려진 데는 각 기업들이 이 방법을 소리소문 없이 적용한 탓이 크다. 단기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경쟁자에게 숨겼다는 얘기. 특히 미국이 일본을 견제해 골드랫 박사가 "더골"의 일본어 번역판권을 이제야 내주는 등 아시아지역에 TOC가 퍼지는 것을 막은 것도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기업그룹들이 6시그마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어 대체적인 성격이 있는 TOC가 뿌리를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문 컨설팅업체도 KR컨설팅,한국TOC컨설팅,한국TOC센터 등 손꼽을 정도에 불과하고 산업계 전문인력도 기업체 근무자들을 합해 겨우 1백50명이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TOC가 비용절감이나 신규 투자가 필요없고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과를 보증하는 경영혁신활동이란 점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R컨설팅의 이강락 대표는 "다른 경영혁신활동에 비해 배우기가 쉽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TOC의 강점"이라며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