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벤처 1년] 줄도산.연쇄비리 수렁벗고 '건실 벤처' 거듭나기


올해는 벤처기업에게 어느 해보다 심한 시련의 해였다.


올초에 터진 패스21 사건은 전주곡이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코스닥기업의 주금가장납입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벤처기업인들이 구속되면서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집단에서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한축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어둠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벤처업계지만 희망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거품의 대명사였던 인터넷기업들의 경영성적이 흑자로 돌아섰다.


또 휴맥스 에스디 등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내실을 다지려는 벤처업계 자정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연초부터 일부 유사벤처의 금융사기 사건이 연이어 터져 벤처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새해에는 어려운 가운데 핵심역량을 키워온 많은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약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벤처업계의 흐름을 살펴본다.

자금난=올 벤처업계 최대의 화두다.


경기부진으로 적자기업이 급증했다.


공모자금이 바닥난 코스닥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될 정도다.


지난 2000년 15%(72개사)에 불과하던 코스닥 적자기업 수는 지난해 28%(1백93개),올 상반기 34%(2백55개)로 증가했다.


코스닥 벤처기업 41%가 상반기에 적자를 냈다.


일반 벤처기업들의 사정은 더하다.


기업인수 및 합병(M&A)시장을 기웃거리는 기업이 무려 2천여개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닥 등록요건 강화로 벤처업계의 자금난은 더 가중됐다.


올해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은 1백47개.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될만한 기업만 도전했는데도 미끄러진 기업이 많았다.



연이은 벤처비리=머니게임과 부적절한 커넥션으로 일부 벤처기업들이 지탄을 받았다.


대박을 노린 일부 기업인들의 비뚤어진 경영은 결국 몰락을 자초했다.


대표적인 게 올초에 터진 패스21 사건이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연루된 패스21 사건으로 몇몇 벤처기업의 신화가 돈으로 덧칠된 것임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새롬기술 오상수 대표와 프리챌 전제완 대표가 비리로 구속됐다.


잘나가던 벤처기업 대표였기에 충격은 더 했다.



인터넷기업 흑자=벤처가 "허황된 꿈"이 아니라는 걸 다음커뮤니케이션 옥션 등 전통 인터넷기업들이 증명했다.


거품의 상징에서 당당히 산업으로 편입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매출이 2천억원을 넘었다.


올해 2천3백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도 올 3분기까지 수수료 기준 매출액이 2백50억원을 기록,지난해 전체 매출액을 벌써 넘었다.


순이익은 1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인터넷 포털인 NHN은 올 3분기까지 4백98억원 매출에 1백6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벤처정책 성패 논란=정부는 지난달 "벤처기업 재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위축된 벤처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종합처방이다.


벤처확인제도를 오는 2005년에 종료하고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세웠던 2002년까지 2만개 벤처기업 육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 벤처기업 실태조사를 강화하며 자격요건 미달이나 휴폐업한 기업의 벤처지정을 취소했다.


지난 14일 현재 벤처기업 수는 모두 8천9백65개로 지난해 말 1만1천3백92개에 비해 2천4백27개(21.4%) 줄었다.


이같은 벤처기업의 경영난과 위축으로 벤처정책의 성패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한해였다.



그래도 벤처는 희망=올해 벤처기업 수출은 56억1천2백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8.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출증가율의 5.6배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에서 올해 4%로 커졌다.


벤처기업이 저력을 보여준 증거다.


셋톱박스 수출전문업체인 휴맥스의 올해 예상매출액은 3천6백59억원.


중견기업의 수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휴대폰 제조업체 세원텔레콤은 올 상반기에만 1억5천2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에스디는 간암 폐암 등을 한방울의 피로 5분내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70개국에 수출 중이다.


네오엠텔은 휴대폰동영상 기술을 미국 퀄컴사로부터 로열티를 받고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으로 해외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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