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국 이끄는 CTO] 이기원 <삼성전자 CTO 전략실장>

삼성전자의 R&D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기원 CTO전략실장(전무·54)은 첨단기기에 관심이 많다.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나 PDA 등 첨단제품이 나오면 직접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다. 키보드나 버튼 등이 고장나지 않는지도 꼼꼼히 챙긴다.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해야만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전무의 이같은 R&D철학은 초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전략과도 통한다. 이 전무가 이끄는 CTO전략실은 삼성전자 R&D의 총사령탑으로 지난 2000년 CTO인 윤종용 부회장 직속의 독립조직으로 출범했다. 연구원은 4백50여명이다. "삼성전자가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개발할 수는 없습니다.핵심 기술에 개발역량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이 전무는 우선 R&D부문을 교통정리했다. 홈네트워크솔루션 개발이 그 대표적 사례다. 홈네크워크 사업이 미래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산하의 연구소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자 관련 연구인력을 재배치해버렸다. 그는 SW 핵심기술 개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는 "특정제품을 지원하는 SW보다는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 SW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TV기능 중 60∼70%는 SW로 작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SW개발이 생존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부문과의 연계를 다지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IT솔루션을 통해 본사와 전세계 46개국의 지부,법인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이 전무의 설명이다. 이 전무는 반도체 통신 PC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전기공학과(68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서 비메모리설계로 석사,미시간대에서 반도체소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96년에 반도체LSI사업부 상무이사로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기 전까지 AT&T 벨연구소,IBM 왓슨연구소 등에서 통신,PC분야를 연구했다. 디지털컨버전스(데이터가 PC,휴대폰 등을 통해 융합되는 기술)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늘 "전공만 공부하지 말고 다른 분야도 접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벨연구소에서 통신 집적회로(IC)칩을 연구하면서 밤을 지샌 적이 많았다"며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희열을 느껴보지 않으면 엔지니어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삼성전자 중앙연구소에서 통신네크워크랩을 이끌면서 자체 개발한 DVD관련 기술을 미국에 팔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당시 로열티로 1백만달러를 받았습니다.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지요.바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엔지니어 등 필요인력은 꼭 안고 간다"며 "이공계 출신들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만 된다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글=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