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할인점 3백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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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할인점 총 매출액은 17조2천억원으로 백화점(17조1천억원)을 간발의 차로 누를 전망이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이 '신인'이나 다름없는 할인점에 지존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지난 95년 업태별 매출액을 1백으로 보면 할인점은 지난해 1천6백22를 기록했다.
16배나 덩치가 커진 셈이다.
반면 백화점은 1백28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백화점 정체'와 '할인점 급성장'이라는 유통시장의 큰 흐름을 웅변해주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전국 할인점 숫자가 3백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93년 11월 국내에 할인점이 처음 등장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올해는 매장면적 3천㎡(1천평) 이상 대형 할인점 47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전국 할인점 숫자는 2백46개.
업체별로는 △신세계 이마트 52개 △롯데마트 32개 △까르푸 25개 △홈플러스 21개 △월마트 15개 순이다.
이들 5개 업체는 내년에도 40여개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LG마트 메가마트 하나로클럽 세이브존 등도 점포를 꾸준히 늘릴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할인점 3백개 시대'가 자연스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많은 점포가 모두 공존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도태와 퇴출,인수·합병 바람이 향후 2∼3년 안에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우리나라 할인점 시장의 포화점을 2백75개로 보고 있다.
오지나 산간지역을 제외하고 고객이 찾아올 수 있는 땅에 인구 15만명당 1개꼴로 점포가 들어설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지금도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전북 남원시에 이마트가 문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소도시에까지 할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 이 좁은 나라에서 3백개 점포가 파이를 나눠갖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제부터 할인점들은 점포만 지으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1등할 자신이 없는 입지라면 과감히 출점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 해외시장,특히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