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기술의 산업화과제 .. 張準根 <서울대 교수.전기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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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이 21세기 첨단기술 및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쉽게 다가오는 정보기술은 좋건 나쁘건 우리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고,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의 형태마저 바꾸어 놓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기술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가속화하면서 더욱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융합기술이 '인간게놈프로젝트'로 바이오기술에 정보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인간의 오랜 소망인 무병장수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러한 미래 신기술들의 '다학제성(interdisciplinary)'이다.
즉 첨단기술과 이러한 첨단기술을 응용한 신제품들은 어느 한 가지의 기술만으로 만들어지거나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미래 신기술인 바이오기술과 나노기술의 개발 및 산업화는 기존의 정보기술과 전통적인 산업인프라의 융합·교류를 통해 얻어진다는 것이다.
전술한 '인간게놈프로젝트'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보된 초정밀 유전자 측정분석기기들과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라는 융합기술의 적용을 통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어떻게 미래형 첨단기술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다행히 차세대 융합 신기술산업은 강한 제조업기반과 우수한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분야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휴대폰과 같은 정보기술집약형 제조업에서 세계적으로 경쟁우위에 있으므로,이를 바탕으로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등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융합 신기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할 경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나노기술의 융합을 통해 개발된 신기술제품을 'e바이오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체계적인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e바이오시스템'은 바이오, 의료, 농업, 축산, 환경, 국방, 차세대 이동통신 등 거의 전 산업 분야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미래형 신산업으로 '랩온어칩(Lab-on-a-Chip)'과 같은 공통 하드웨어 플랫폼을 핵심으로 전 산업 분야에 적합하도록 진화,발전시킴으로써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지식기반형 고부가가치 융합 제조업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융합 신기술의 원활한 산업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화 모델이 바람직하다.
즉 급변하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기술전문 벤처기업이 적극적으로 육성되어야 하며,자금과 마케팅력을 가진 대기업이 이들 벤처기업에서 개발된 신제품을 양산,판매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신기술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전자 기계 등 주력제조업과 융합기술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신기술시장의 조기형성과 주력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 제품들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식의 제고와 신제품에 대한 신속한 국가인증체계의 마련,학제간 연구 및 개발 풍토의 활성화 등도 경쟁력 있는 신제품의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기술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이후의 새로운 한국의 대표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융합 신기술의 개발과 산업화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바이오기술 정보기술의 융합과 전통 제조업과의 연계를 통해 미래형 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e바이오시스템'산업에 차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jkcha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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