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 대선 여론조사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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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한 업체들이 있다.
노 후보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한 여론조사업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미디어리서치 코리아리서치 TNS 등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노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특히 미디어리서치는 득표율차까지 적중,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과시했다.
사실 대통령선거 당선자를 맞히는 출구조사는 실력이 출중한 여론조사업체라도 피하고 싶어한다.
당락과 득표율을 정확히 맞히면 '스타'로 뜨게 되지만 실패하는 날엔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출구조사를 흔히 진검승부에 비유한다.
◆위력 발휘한 출구조사
투표가 끝난 19일 오후 6시 KBS MBC SBS 등은 제휴 여론조사업체들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후보가 득표율에서 1.5∼2.3%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됐다.
특히 KBS의 제휴사인 미디어리서치는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각각 48.9%와 46.6%를 득표,2.3%의 득표율차를 보일 것이라고 예견,여론조사기업 중 가장 정확하게 결과를 맞혔다.
실제로는 두 후보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0.2%씩 낮았지만 득표율차 2.3%는 완벽하게 일치했다.
MBC 제휴사인 코리아리서치와 SBS 제휴사인 TNS는 두 후보의 득표율차를 1.5%로 예상했다.
미디어리서치에는 뒤졌지만 실제와 0.8%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득표율 예측은 코리아리서치가 TNS보다 정확했다.
◆출구조사 적중 비결
3사가 출구조사를 통해 놀라운 예측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밸럿메서드'(ballot method)란 기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기법은 조사원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에게 구두로 기표후보를 묻는 대신 종이에 후보 이름을 적어내게 하는 방식이다.
비밀이 보장되는 만큼 조사가 정확해진다.
이번 출구조사에서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밸럿메서드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미디어리서치의 이양훈 연구원은 "교수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도움으로 대표 투표소 2백여개를 추출해 1천여명의 조사원을 파견했다"며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차례 실사와 조사원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