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 '盧 당선자가 밝힌 국정운영 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당선 후 첫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국정운영 기조는 크게 '통합과 안정' '연속성'으로 요약된다. 여·야간 협력정치의 토대위에서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급진적 방식이 아니라 안정감있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석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협조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가 인위적 정계개편 추진 불가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가 안정과 연속성을 강조한 것은 급격한 기조변화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국민 일각에서 일고있는 노 당선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당선자는 이날 회견에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세세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전문가·책임자들과의 협의를 통한 철저한 준비' 방침을 거듭 밝히는 등 국정을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안정되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 당선자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지금부터 외교를 해왔던 사람들과 충분히 논의,준비해 적절한 시기에 절차와 방법을 밝히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한 측근은 "노 후보는 개혁의 기조를 흔들림없이 유지할 것"이라며 "다른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대통령의 결단에 치중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으로 안정감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 당선자는 대북·대미관계 등 대외분야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주도적 역할과 함께 한·미·일간 긴밀한 공조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미관계에 대해선 "미선·효순양 사건으로 국민감정이 크게 표출된 것 이외에 관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요구는 없었다"며 동맹관계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한·미 관계에서의 '평등'과 '상호협력'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대미 의존적 관계를 한단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와 여중생 사건을 둘러싼 한·미관계로 상호협력의 평등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사람의 의견을 모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서민·중산층 위주의 정책추진이라는 현정권의 경제정책기조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는 후보시절 제시한 대국민 공약기조는 유지하되 현실성있게 보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되기전에 우리 외교 안보상황에 대한 충분하고 깊은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후보로서 정치적 상황에서 포괄적으로 대강 짚은 것"이라면서 "당선자로서 책임있는 담당자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청취하고 의견을 들어 책임있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미흡한 공약은 더 다듬어 국민에게 내놓겠다는 의미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당헌 당규를 개정해 당정분리체제를 선언했고,대통령이 되더라도 당을 지휘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도록 약속했다"면서 당·정분리 원칙을 지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