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 '재계 이슈 달라진다' .. 투명경영.노사협력 '초점'

개혁과 변화를 주창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재계에도 크고 작은 변화의 흐름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당선자가 당선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노사가 화합하는 경제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투명경영과 노사협력 주주중시경영 등에 대한 재계의 노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새로 부상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을 시작했다. ◆투명경영의 심화=노 당선자가 내건 개혁과 변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해 온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 등과 맥이 통하는 내용이다. 새로운 정권의 출범은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의 경우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다"며 올들어 윤리경영을 부쩍 강조해 왔다. 특히 금융계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져 사회적 파장이 일었을 때 이건희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었다. LG도 구본무 회장이 '정도경영'을 주창함에 따라 이를 경영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것도 그룹 경영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기업들은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봉사활동도 자발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이미 현 정부 들어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제도들이 정착단계에 들어가 부적절한 자금의 유용이나 분식회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공정거래제도의 강화로 선단식 경영도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에 있다. 주요 대그룹들은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각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집단소송제 도입은 주주 중시경영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IMF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투명성과 윤리가 크게 높아졌다"며 "노 당선자의 얘기는 아직 미흡한 부분을 빨리 국제 수준에 맞추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명경영은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천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노사협력 강화=기업들이 노사협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노사협력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강조했다. 또 대규모 사업장에서 강력한 노조가 해고를 막는 사례를 지적하며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은 노 당선자가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잠재돼 있어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들은 노조문제가 갈등과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존에 해 왔던 협력과 대화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개혁 가속화=대기업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점은 재벌개혁 부분.노 당선자는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벌의 불합리한 경제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제위기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을 경제활동의 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안도하면서도 재벌개혁이 다시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그동안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바뀌었고 경영투명성도 크게 높아졌다"며 "재벌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어쨌든 노 당선자의 개혁주장은 일부 남아있는 선단식 경영이나 총수의 독단적 경영 해소를 재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노 당선자가 "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 정부 들어 진행된 기업들의 개혁노력을 인정해 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손 부회장은 "재계와 노 당선자 사이에 시각차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노 당선자가 현실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본다"며 견해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노 당선자의 주장은 대기업을 반대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미흡한 부분을 고쳐 가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기업들의 경영시스템도 선진화돼 투명경영 등에 대한 우려는 크게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