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나노경제] 換錢도 전략 있다

오스트리아로 출장갔을 때 일이다. 여행경비를 별 생각 없이 미국 달러로 들고 간 게 화근이었다. 빈 시내의 호텔에서 미화 2백달러를 오스트리아 돈으로 바꿀 때만 해도 "호텔이니 환전전수수료가 다소 비싸겠지" 했다. 하지만 업무를 끝내고 시내쇼핑중 들른 환전소의 사정은 영 딴판이었다. 바꿔준 돈이 형편없이 적어 물어보니 수수료가 8%라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도로 물리자고 했지만 이미 계산이 끝났다며 안해주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받았다. 쇼핑센터나 가게에서 계산하는 환율도 은행보다 훨씬 높았다. 출국시 빈 공항에서 부가세를 환급해주면서 오스트리아돈과 유로 달러 가운데 뭘로 받을 거냐고 묻기에 달러로 요구했더니 그 환율 역시 엉망이었다. 서울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머문 암스테르담에서 이 돈을 쓰려 했더니 다시 유로화 환전수수료만큼 빠졌다. 해외여행,특히 어쩌다 여행하는 사람의 경우 이처럼 환전에 따른 손해를 보는 수가 많다. 환전만 잘해도 선물 한두개 값은 절약할 수 있는데 무심코 떠났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알뜰 환전을 위해선 몇 가지 수칙이 있다. 첫째는 되도록 국내에서 현지화폐로 바꾸는 것이다. 관광지에서 토산품을 사거나 음료수라도 사먹으려면 그 나라 돈이 필요한데 여행지에서 해당국 화폐로 바꾸려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달러로 가져갔다 현지화폐로 환전하면 이중으로 수수료를 무는 꼴이 된다. 선진국으로 갈 땐 여행자수표도 괜찮다고 하지만 이 역시 현지에서 다시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두번째,공항 환전소보다 평소 거래은행을 이용하는 게 낫다. 시중은행의 경우 우대고객 여부에 따라 환전수수료를 깎아주고,특히 여행객이 많은 여름과 겨울방학엔 각종 이벤트를 통해 수수료를 할인해주거나 여행자보험 무료가입 등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공항 환전소에선 이런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도 은행에 따라 환전수수료를 20~70% 할인해주거나 면세점 할인권,국제전화카드,카메라 필름 등 사은품이나 추첨 통한 경품 증정,국내외 상해보험 무료가입,고급우산 증정 등의 행사를 실시한다. 셋째,금액에 따라 우대율이 달라지는 만큼 가능하다면 여럿이 함께 환전하고 월중보다는 월말에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 외환 거래가 월말에 많은 까닭이다. 은행별로 자사 신용카드 혹은 제휴카드에 따라 환전수수료를 깎아주므로 어느 것의 할인율이 더 높은 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뱅킹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이버 외환거래를 이용하면 환율도 낮고 환전수수료도 싸다. 은행에서 직접 현찰을 살 때의 기본수수료는 기준가의 1.75~2%,여행자수표는 1.0~1.5%지만 사이버거래에선 현찰도 0.075%밖에 안된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환율우대쿠폰을 출력해 오면 수수료를 30~33% 깎아준다.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일 때는 신용카드를 쓰는 게 이익이다. 단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액의 1%(비자)내지 1.1%(마스타)의 환전수수료가 붙고 해외 이용분은 연말정산 때 세금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가지 현지 토산품이 아닌 이른바 명품(화장품 가방 지갑 넥타이 스카프 등)의 경우 생산지에서 구입하는 게 아니면 출국 전 국내 면세점에서 사는 게 좋다. 외국 면세점보다 상품이 다양한데다 값도 싸고,교환이나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로 계산할 수 있으므로 환전수수료를 물 일도 없다.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