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도 첫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이 중요하다"며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은 역대 정권이 모두 전면에 내세웠던 구호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국민경제의 가장 중요한 생산부문을 담당하고 있고 보면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국정 목표로 내거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이며 방법론이다. 사람에 따라 견해차가 적지 않다고 하겠지만 기업가의 창의성이 보장되며 그 창의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체계가 작동하는 것이야말로 기본 조건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요구하고 그래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한다면 이는 기업하기 좋지 않은 조건이 될 것 또한 너무도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노 당선자의 일부 측근들이 벌써부터 사외이사제를 또다시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내세우는 것은 다소 초점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기업지배구조는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어떻게 보더라도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옳은 인식이라 할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엔론 사태 등 잇단 부정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고 노조 등 이해관계자 집단의 관여로 기업경영에 대한 공적 개입이 어느 정도 구조화되어있는 유럽은 기업활력 감퇴라는 또다른 문제에 봉착해있다. 사외이사를 강화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기업경영과 그것에 대한 감시'를 혼동한 단순논리가 아닌가 싶다. '대주주가 낮은 지분율로 기업전부를 지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그렇다. 이는 증권시장의 기능을 오해한 결과라고 하겠지만 자본주의의 근간을 부인하는 방향으로까지 비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정거래 또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대기업이래 봤자 국제무대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고 보면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훼손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 역시 기업정책의 골격은 '기업은 기업가에게 맡기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가들이 전문가다. 기업은 기업가에게 맡기고 정부는 그들을 지원하는 구도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첫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