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新경협시대] 기업투자 '지금이 기회' .. 우호분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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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 인접한 항구 도시 고베(神戶).
바다와 산이 예쁘게 어우러져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불리는 고베시에는 한국계 교포들이 많이 산다.
길가는 사람들 뒤에서 한국말로 부르면 열명중 2,3명이 뒤돌아 본다.
12월 초 찾은 고베시에는 "한국 바람"이 불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인 산노미야를 방문했을 때 식당가에는 김치찌게 삼겹살 감자탕 돌솥비빔밥 등 한국 음식점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곳에 13년째 영업중인 박혁신 사장(40.자영업)은 "불황이 10년 이상 계속되면서 90년대의 호황 시절 같이 큰 돈을 벌 기회가 많진 않지만 올 하반기처럼 일본인 고객의 반응이 좋았던 적은 없다"고 말한다.
올들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음식,한국 문화,한국 기업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사업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교포들은 전했다.
한국과 일본과의 경제 및 문화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유학생들의 숫자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수도인 도쿄등 대도시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일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국 기업과 현지 교포의 사업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첫 진출한 한국의 현대자동차만해도 아직 목표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하반기들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훨씬 높아졌고 판매량도 늘고 있다는 게 현지 딜러들의 평가다.
일본내 유통및 마케팅 분야에서 잘알려진 류쯔대학의 무코야마 교수(상학부 학과장)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삼성그룹처럼 생산성에서 일본 기업을 능가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회사들의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새로운 비즈니스 찬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내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들어 일본 기업과 일본산 제품에 대한 곱지 않던 소비자들의 시선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월드컵과 한.일 국민 교류의 해를 거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게 일본 기업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토추 코리아의 미키 쿠니오 사장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경우 양국의 특수한 과거 역사 때문에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사업 환경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계 기업들은 변화한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를 파고들기 위해 한국인 채용 비율을 높이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로컬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소니코리아나 코닥코리아의 경우 무료로 디지털 촬영 편집 교실을 운영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자선 행사를 수시로 펼쳐 기금을 모집,불우 이웃을 돕는 등 자선 활동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사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높은 실적을 거두는 일본 기업들도 늘고 있다.
도시바코리아의 경우 현지 법인이 설립된지 만 1년 밖에 안됐지만 지난 3분기에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으로 5위를 기록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품력이 우수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가 바뀐 것도 급성장의 배경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월드컵 행사중 공식 후원 업체로 활동하는 등 대 기업 이미지 관리에 적극적 이다.
일본계 기업들은 내년 1월부터 한.일 투자협정이 발효되면 한일 경제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월 초 공식 체결된 한일 투자협정은 한국이 외국과 맺은 최초의 투자 자유화 협정이다.
이번 협정의 주요 내용은 투자 자유화,투자자 보호,국가 및 금융시장 안정 보장 등으로 투자 단계부터 일본의 투자자를 한국인과 똑같이 대우하도록 원칙적으로 투자를 자유화했다.
특히 상대국 투자자에 대해 외국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대우중 가장 나은 최혜국 대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2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올 9월까지 일본의 한국 투자는 1백21억 달러인 반면 우리나라의 일본 투자는 아직 9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양국간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로 투자액에서 차이가 났으나 이번 투자 협정의 발효로 한국 기업의 대일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고베(일본)=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