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 이후 기록 .. SBS 특집 '태풍 루사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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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31일 제15호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강원도 삼척시의 작은 산골마을인 풍곡리는 태풍 루사의 최대 피해지 중 하나다.
태풍이 지나간 뒤 마을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됐다.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그러나 이들에겐 단전과 단수,외부와의 철저한 고립이라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SBS는 수해 직후부터 첫눈이 내린 최근까지 1백일 동안의 밀착 취재를 통해 수해마을의 절박한 현실과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송년특집 '태풍 루사가 남긴 것'을 오는 28일 오후 11시55분에 방송한다.
태풍이 오기전 민병호씨는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결혼은 무기한 연기됐다.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고향으로 내려오던 칠순 노모와 큰형님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것.
그들은 닷새 뒤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만물상을 하던 이상출씨 부부도 무심히 하늘만 쳐다본다.
42년 동안 정들었던 집에서 맨발로 들고 나온 건 고작 '라면 한 상자'다.
군 장병들이 투입되고,자원봉사자가 줄을 이으며 마을은 어느 정도 안정돼 갔지만 주민들의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임시 거처로 마련한 컨테이너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만 하다.
그나마 컨테이너조차 받지 못한 독거 노인은 찬 바닥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일부 주민은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물 좋고 공기 좋기로 유명했던 풍곡리는 엄청난 환경 재앙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무너진 뒷산의 폐광·폐석더미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황산과 중금속으로 하천과 휴양림은 오염되고,농사는커녕 식수조차 부족해 안전한 생활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조사만 하고 뚜렷한 대책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부족한 정부 지원과 지원물자 분배를 둘러싼 갈등에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우여곡절 끝에 새 집들이 하나 둘씩 올라가고 어느새 흰 눈이 마을을 덮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