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는 2002 중소업계] "외환위기이후 가장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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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소기업들은 힘든 한해를 보냈다.
경기침체에 월드컵특수 마저 빗나가면서 중소기업들은 매출감소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생산현장의 인력난 가중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사업의욕을 꺾어놓았다.
중소기업인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웠던 해였다"고 말한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벤처기업도 줄을 이었다.
가뜩이나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벌어진 주5일 근무제 도입논란은 중소기업인들을 더욱 위축시키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중소업계의 지난 한해를 결산해 본다.
생산직 인력난=올 중소기업계 최대의 화두다.
생산현장의 인력부족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더 이상 사업을 못하겠다"는 기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중기청이 조사한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9.41%로 작년대비 2배이상 증가했다.
20만명 이상이 부족한 셈이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외국인들이 달아나자 비싼 기계를 세우는 기업도 늘었다.
주5일 근무제 논란=정부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들고나오자 중소업계가 크게 반발했다.
기협중앙회는 주5일 근무제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토요일 정상영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토요일 휴무은행과는 금융거래를 중단하겠다는 "강수"를 던질 정도로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PL(제조물책임)법 도입=소비자가 제품사용에 따른 피해를 입었을때 생산과정에서의 과실여부를 따지지 않고 제조회사가 책임지는 PL법이 올 7월부터 시행됐다.
중소기업들은 PL소송에 휘말릴 경우 기업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PL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중기청은 내년부터 중소기업들이 PL보험에 들거나 손해배상준비금을 적립토록 "PL관련 표준계약모델"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무너진 벤처=벤처기업들의 비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벤처업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
패스21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졌고 벤처기업들의 대표이사가 잇따라 구속되기도 했다.
올 상반기만 코스닥등록 기업의 34%(2백55개)가 적자를 냈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경영이 어려웠고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마저 뚝 끊겼다.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도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기술력과 마케팅력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벤처들도 속속 등장해 희망을 안겨줬다.
대북 경협 바람=경의선 철도 연결공사가 재개되고 개성공단조성이 구체화되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 한 해였다.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입주희망업체를 조사한 결과 섬유 의류 신발 완구 등에서 7백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입주신청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중소업계가 정부에 요청한 개성공단내 공장용지는 1백만평.
경협을 위한 기업체 대표들의 방북도 활발했다.
다만 최근들어 불거지고 있는 북핵문제가 대북경협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