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려라! 어둠의 빛...안아라!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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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년을 밝혀 주었던 해가 저물고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매듭짓고,새로이 한 해를 풀어낼 준비를 하게 되는 때이다.
좋지 않았던 지난 모든 일을 거두어 불사르고,새 시작의 밑거름을 뿌리는 "재생의식의 현장".
지고 또 솟는 해를 향해 달려간다.
[ 해넘이 ]
안면도 꽃지해변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 있는 30여곳의 해변 중 하나.
태안의 어느 해변이나 해넘이를 하기에 무난하지만 꽃지 만큼 널리 알려진 곳도 드물다.
올 봄 관람객이 넘쳐 몸살을 치렀던 국제꽃박람회 현장이기도 하다.
해변 바로 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둥실 떠 있는 할미,할아비 바위가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바위의 검은색 실루엣을 점점 뚜렷하게 만들며 온 하늘과 바다를 선홍색으로 물들이는 낙조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방포와 연결된 아치형 꽃다리가 해넘이 포인트.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마주할수 있다.
석모도 보문사
석모도는 강화도에 딸린 섬.
승용차도 싣는 도선을 타고 10분 정도 들어간다.
석모도의 중심 낙가산 자락에 보문사가 자리하고 있다.
관음기도처로 유명하지만 그리 번잡하지 않아 겨울 절집여행지로도 그만이다.
해넘이는 눈썹바위에서 한다.
극락보전과 종무소 사이에서 시작되는 4백30여 계단을 올라가면 이국적인 모습의 관음보살상이 새겨진 눈썹바위가 나온다.
스님 한분이 지키는 관음기도접수처 주변이 전망대 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발아래 펼쳐진 서해가 한눈에 잡힌다.
장엄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의 낙조가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격포 채석강
지난 99년 말 즈믄해넘이 행사가 열린 뒤로 해넘이 명소로 자리잡았다.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수 있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나와 채석강까지 해안을 따라 나 있는 길이 드라이브하기에 알맞다.
채석강이 명물이다.
손때가 묻은 오래된 책을 쌓아놓은 듯 한 채석강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낄수 있다.
적벽강도 빼놓을 수 없다.
격포해수욕장을 사이에 둔 채석강과 적벽강의 해안절벽은 낙조에 더욱 검붉게 빛난다.
닭이봉 전망대,변산에서 갈라지는 736번지방도변에서 올라가는 낙조대에서의 해넘이도 좋다.
김제 망해사
만경강 하류 나즈막한 곳에 있는 사찰이다.
서해안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이 접해 있다.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는 초라한 편이지만,넓게 뻗은 갯벌을 따라 멀리 고군산열도를 바라보고 있어 전망이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수평선과 지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백합조개를 담은 광주리를 머리에 인 아낙들이 갯벌길을 따라 나오는 모습이 그림 같다.
드넓은 김제평야가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검은 뻘에 반사돼 온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 또한 일품이다.
제주 차귀해안
제주도의 해넘이 명소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어찌보면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고래형상의 차귀도 섬 사이로 떨어지는 붉은 해가 멋지다.
나즈막한 수월봉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의 서쪽 바다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겨울에는 차귀도에서 한참 아래로 해가 떨어진다.
수월봉 보다는 한경~대정 해안도로가 지나는 용수마을쪽이 차귀도를 배경으로 한 해넘이를 하기에 좋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검은색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느릿한 움직임과 어울린 낙조가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 해맞이 ]
동해 추암해변
젊은 연인들의 동해안 여행 1번지로 꼽히는 정동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맞이 포인트다.
예전 애국가영상의 일출장면을 잡은 곳이다.
그리 길지 않은 백사장에 접해 있는 작은 마을의 겨울풍경은 추암해변 해맞이여행에서 얻을수 있는 값진 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는 아줌마 여행객들이 많다.
백사장 윗쪽 각양각색으로 모여 있는 바위들이 해맞이의 설레임을 더해준다.
그중에서도 불끈 솟은 촛대바위가 압권이다.
여명 뒤 힘차게 솟아 오르는 붉은 해가 촛대바위에 걸리면서 해맞이가 절정을 이룬다.
낙산 의상대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절벽 위에 세워진 의상대는 관동팔경 중의 하나.
금박지에 반사되는 듯 샛노란 기운의 붉은 아침햇살을 마주하기에 의상대 만큼 좋은 곳도 없다.
맑은 날이면 붉은 기운이 수면에 잡혀 이루어지는 오메가현상이 신비롭다.
의상대 북쪽으로 1백50m쯤 떨어진 절벽 위에 홍련암이 있다.
암자 마루바닥의 사각형 작은 구멍으로 볼 수 있는 바닷물의 출렁거림이 현기증을 일으킨다.
이 홍련암으로 향하는 흙길 중간에 자리잡는 게 좋을 듯.
먼 수평선에 떠오르는 해와 그림자 처럼 검은 윤곽만으로 보이는 의상대가 아름답다.
포항 호미곶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해맞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엄밀히 따져 새해 첫 일출은 울산 울주군 간절곶이 1분 정도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1년 단위로 보면 호미곶에서의 첫일출 기간이 길다는 "설"도 있다.
역동적인 모습의 조각품인 상생의손 위로 떠오른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는 변산에서 채화된 20세기 마지막 불씨와 남태평양 피지섬에서 채화된 지구의 불씨,독도의 즈믄해의 불씨 그리고 호미곶의 불씨가 합쳐진 새천년 영원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새천년 영원의 불은 아시안게임 성화로 사용된 통일의 불이 합해져 타오르고 있어 해맞이의 감흥이 남다르다.
여수 향일암
향일암은 남해를 향한 해안절벽 위에 놓인 작은 암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형상의 지형이어서 영구암이라고도 부른다.
불자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
짧지만 제법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좁은 공간에 짜임새 있게 당우들이 배치된 향일암이 나온다.
대웅전 뒤쪽으로 50m정도 떨어진 바위덩이 위의 관음전이 일출포인트.
바로 옆에 남해를 바라보는 관음보살상이 서 있다.
대웅전 처마자락 너머로 솟아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해가 예쁘다.
금산 보리암
남해 금산의 암자다.
금산은 원래 보광산이라고 했는데 이곳에서 기도한 뒤 옥좌에 오른 조선 태조 이성계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단 금자"를 내리면서 금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올라가면 불자들의 새벽 예불을 위해 황금빛으로 불을 밝힌 법당이 마중한다.
법당 앞 한계단 아랫쪽 석탑이 있는 곳에서 해맞이를 한다.
낮은 자세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 뒤로 해가 떠오른다.
봉우리 마다 자리하고 있는 하얀 바위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광경이 멋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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